새벽배송 중 숨진 쿠팡 하청 기사…업체는 ‘사망 당일’ 산재보험 신고

조해람 기자 2023. 10. 1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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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본사 사옥. 연합뉴스

새벽배송 중 쓰러져 숨진 쿠팡 퀵플렉스 택배기사의 소속 업체가 기사 사망 당일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성립(가입) 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사는 1년 정도 일했는데, 업체의 성립 신고는 법상 신고기한을 훌쩍 넘겼다. 보험 미가입이 적발될까 봐 다급하게 보험 가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오전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및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민길수 중부고용노동청장에게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와 위탁계약을 했다는 업체는 (사망 택배기사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보험관계 성립 신고를 사망 당일에 했다”며 “불법 아니냐”고 물었다.

진 의원은 해당 신고서에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자격 취득일자가 지난 9월1일로 적혀 있었다고 했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노무제공계약을 체결한 뒤 14일 이내에 성립 신고를 해야 한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사망한 택배기사가 지난해 10월29일부터 일을 시작했다고 하고 있다. 어떻게 보든 법정 신고기한을 넘긴 것이다.

진 의원은 “(근무 시작일과) 무려 1년의 차이가 발생한다. 심각한 문제”라며 “철저히 수사하라”고 했다. 민 청장은 “말씀하신 내용대로라면 불법 소지가 있다”며 “살펴보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13일 오전 4시44분쯤 쿠팡 퀵플렉스 배송기사 A씨(60)가 경기 군포시 한 빌라에서 배송 중 숨진 채 발견됐다. 노동계는 A씨가 과도한 야간근무로 건강에 이상이 생겨 숨졌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부검 결과 A씨가 심장비대증으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내사 종결했다.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직업환경의학전문의)은 “장시간 노동보다 더 위험한 노동이 심야노동이고, 심야노동보다 더 위험한 노동이 장시간 심야노동”이라며 “지금까지의 의학적 결과만을 보면 A씨의 심비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견인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심근경색은 산재보상법에서도 과로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돼 있고, 우리는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경우 과로사라고 부른다”고 했다.

쿠팡에서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보험 가입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쿠팡의 한 캠프(소분·배송 물류창고) 위탁업체에서 ‘산재보험·고용보험 가입 포기 각서’를 받아 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조속히 사실관계를 확인해 필요시 직권으로 조치하겠다”고 했다.


☞ [단독]“산재보험 포기하라” 각서 받은 쿠팡 캠프…‘이의제기 금지’도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9031336021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전문 배송업체인 영업점과의 계약 내용을 통해 위탁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가입 등 관련 법령의 철저한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며 “각 영업점을 상대로 영업점 소속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미가입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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