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대 정원 확대 땐 모든 수단 동원 강력 투쟁”

민서영·김향미 기자 2023. 10. 1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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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긴급대표자 회의 시작
1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에서 이필수 의협회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자 의사단체가 긴급회의를 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한 투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총파업에 대해선 “지금 언급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정부는 오는 19일 ‘의사 수 증원’ 원칙을 포함한 지역·필수의료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되, 정확한 의대 정원 증원 규모는 밝히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의대 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열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이날 회의 시작 전 인사말에서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나 명확한 원칙 없이 일부 편향적인 학자들의 사견과 여론이나 정치적 효용성에 의해 일방적으로 의사인력 확충을 한다는 것을 당사자인 의료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정부가 예정대로 의대정원 확대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다면 명백한 9·4 의정합의 위반이고 의료계 백년대계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 현안을 졸속으로 밀어붙이는 무책임한 태도”라며 “14만 의사와 2만 의과대학생들은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한 투쟁에 들어갈 수 있음을 천명하며 2020년 파업 때보다 더 큰 불행한 사태가 나올 수 있음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의협 산하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장과 대한전공의협의회, 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단 등이 참석했다. 의협에 따르면 온라인 줌 회의로 참석한 45명을 포함해 총 81명의 대표자가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두 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필수 회장은 회의 종료 후 브리핑에서 “오늘 회의에선 강경한 투쟁이 필요한 시기라는 의견이 다수를 지배했다”며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규모 등 뉴스가)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만약에 정부가 (보도대로)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다면 주어진 로드맵에 따라 강력한 투쟁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결의를 맺었다”고 말했다.

다만 투쟁의 선택지 중 당장의 ‘총파업’에 대해선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이필수 회장은 “총파업은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며 “여론 수렴이나 지역 간 집회 등 다양한 로드맵을 거쳐 마지막 단계로는 회원들 투표를 거쳐 총파업에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서정성 의협 총무이사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과 의료계 패싱에 대해선 결코 좌시하지 않고 (총파업을 위해) 당장 전회원 투표에 들어갈 예정”이라면서도 “그 다음 로드맵은 말씀 안 드려도 아실텐데 지금 언급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서정성 이사는 전공의들도 의협 회원들과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의협은 개원의의 입김이 세다. 서정성 이사는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이 현실화된다면 선배들이 말하지 않아도 본인들이 의사 결정을 하고 논의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도 회의에 참석하며 정확한 의견을 주셨기 때문에 입장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앞서 지난 16일 의협 대의원회는 정부가 202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자 입장문을 내고 “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의협은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하루 만에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당초 정부는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안을 이번 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의료계 반발에 미루는 분위기다. 정부는 오는 19일 ‘정원 확대 방향’만 발표하고 증원 규모는 연말까지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시티타워에서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회의에서 “정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의사 수 증원을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의협 측에 협조를 구했다. 조 장관은 “인력 재배치,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사고 부담 완화 등 의료계의 정책 제안들 역시 정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한다”며 “의사 수 부족도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인 만큼, 인력 확충과 함께 추진할 정책 패키지 논의를 위해 구체적이고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2025학년도 입시에 증원 규모를 반영하려면 복지부는 내년 4월까지는 교육부에 증원 안을 전달해야 한다. 당장 의료계가 파업 등 강경 대응에 나서면 의료현장 혼란이 총선 전 민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의료계와 협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조금 더 거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협 등은 의대 정원 증원 자체를 반대하기에 어느 정도 규모에서 타협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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