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이준석의 눈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하다 눈물을 훔쳤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여권을 비판했지만, 그의 주된 과녁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은 집권 17개월 동안의 오류를 인정하고 여당의 자유로운 의견 표출을 막는, 묵언수행의 저주를 풀어달라”고 했다. 여권 변화의 시작은 ‘대통령의 결단과 용기’라며 ‘결자해지’를 주문 했다. 그러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중단을 요구하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윤석열 검사’에 빗대는 대목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정치권에선 눈물의 회견을 두고 설왕설래했다. 건강한 내부 비판이 부재한 여의도 정가에서 신선한 충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면 의원들에게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도 잠행 뒤 전격적으로 했을 거다. 눈물의 기자회견은 여권이 바로 서길 바라는 충정”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대선 후 윤 대통령으로부터 ‘내부총질’ 지적을 받고 당을 쥐락펴락한 윤핵관들과 부딪치다 1년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다. 보수정부 출범에 일정한 역할을 한 당대표로서 정권을 걱정한 ‘메시지’와 대통령과 악연이 깊어진 ‘메신저’로서의 거리가 한순간 눈물로 표출됐을 수 있다.
대통령을 공개 비판한 눈물의 회견이 탈당 후 신당 창당을 위한 명분쌓기라는 시각도 있다. 2007년 5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비판하며 탈당한 뒤 중도개혁통합신당을 창당한 김한길 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사례를 떠올리는 이도 있다. 중도·호남·젊은층에 공들인 보수의 길이 흔들리고 대통령이 사당화한 당에는 더 이상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일종의 ‘통첩’이 눈물이라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17일 “대전환 이슈가 없는 한 김기현 대표 체제는 길어야 2주 시한부”라고 말했다. 바로 친윤계가 반격하고, 여권에는 윤석열 신당이나 반여·비민주 신당, 비대위 중심 리모델링 등 백가쟁명식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다. 누구도 선뜻 여당의 길을 예단하진 못하고 있다. 여야의 총선 채비가 빨라질 12월쯤이면, 이준석의 눈물이 어떤 길로 흐를지 알 수 있을 듯하다.
구혜영 논설위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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