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후쿠시마 흙·바다의 세슘·삼중수소, 가벼이 보지 말아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2차 방류가 시작된 뒤 1주일간 방류구 인근 삼중수소 농도가 검출한계치를 4차례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전력이 지난 15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오염수 2차 방류 사흘 만인 지난 8일 삼중수소 농도가 ℓ당 9.4㏃(베크렐), 10일 11㏃, 13일 14㏃로 계속 높아졌다. 삼중수소가 검출될 수 있다는 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예상했고 이상치 판단 기준인 700㏃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이기는 하다. 하지만 1차 방류 때는 검출한계치를 넘은 사례가 드물었던 것과 비교되고, 특정 지점의 삼중수소 수치가 계속 높아지는 것도 주목된다.
또 후쿠시마 주변 토양에는 사고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방사성 세슘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프랑스·일본 공동연구팀이 16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공개한 연구 결과를 보면 토양 제염 작업 후에도 67%의 방사성 세슘이 토양에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양 제염 덕분에 안전해졌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대피했던 지역민들을 귀환시킨 일본 정부 결정이 무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다에 녹아 있는 삼중수소, 흙에 잔존하는 방사성 세슘은 수산물·임산물 등을 통해 생물체에 축적되고 인체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한국 정부의 인식은 안이하기 그지없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은폐한 사실이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낮은 수준의 방사선 노출이더라도 장기간 인체에 축적되면 유해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민 건강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제언을 담고 있다. 앞서 오염수 방류 우려를 담은 해양수산개발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 보고서가 비공개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생명·안전의 관점에서 작성된 연구기관의 경고나 우려가 제때 공개조차 되지 못하는 것은 IAEA에 의해 저선량피폭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목소리가 배제된 초기 핵역사의 연장선상에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 건강을 걱정하기보다는 한·일 원전업계 이해관계에 충실한 모습을 일관되게 보여줬다.
자연에 풀려난 인공적인 방사성 물질이 장기적으로 생물 축적과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어떠한 속단도 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학계는 지금이라도 도쿄전력 오염수와 주변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미칠 장기 영향 평가에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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