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익 열사 20주기…노동자는 여전히 사측 손배소와 사투

신심범 기자 2023. 10. 17.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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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에 맞서 투쟁에 나섰다가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고초를 겪었던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 고(故) 김주익 열사가 세상을 등진 지 20년이 지났다.

1993년 입사해 김 열사 등의 고통을 직접 목격한 심진호 금속노조 HJ중공업지회장은 "김 지회장, 곽재규 열사(같은 해 10월 30일 자결) 등 선배들 모두 손배 때문에 괴로워했다. 9년 뒤 최강서 열사 또한 손배 탓에 돌아가셨다"며 "지금도 합법적인 투쟁이 진행 중인 사업장에서 손배를 걸어 노동기본권을 탄압하는 경우가 여전하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현장은 변한 게 없다. 노란봉투법을 통해 선배들 때와는 달라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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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한진重 정리해고 투쟁…사측 손배소 고초로 극단 선택

- 30년간 勞에 청구액 3160억 원
- 노조법개정운동본부 추모회견
- “노란봉투법 통과로 환경 바꿔야”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에 나섰다가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고초를 겪었던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 고(故) 김주익 열사가 세상을 등진 지 20년이 지났다. 강산이 두 번 바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김 열사 등을 괴로움에 빠트린 손배·가압류는 여전히 노동자를 사지로 몰고 있다. “노란봉투법으로 20년 전과는 다른 노동환경을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17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국회에서 김주익 열사 20주기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법 2조와 3조 개정(‘노란봉투법’·폭력 등의 행위로 인한 손해를 제외한 노동쟁의 중 손해는 책임 청구 대상 제외)을 요구하고 있다. 이은주 의원실 제공


17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국회에서 김 열사 20주기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법 2조와 3조 개정(‘노란봉투법’)을 요구했다. 김 열사는 20년 전인 2003년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회견 자리에서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지난 20년 동안 ‘김주익’은 손배·가압류에 고통받는 노동약자들의 이름으로, 노동3권에서 배제된 하청과 파견 노동자들의 이름으로 살아남아 아직도 싸우고 있다”며 “수십년 동안 노동권 없는 수많은 ‘김주익’들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노란봉투법”이라고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진중공업노조 지회장이었던 김 열사는 2002년 사측이 인력 체질 개선을 이유로 노동자 650명을 정리해고한 데 맞서 투쟁에 나섰다. 그러자 사측은 김 열사를 비롯한 노조 간부 20명을 대상으로 7억4000만 원 손배·가압류를 넣었다. 이들은 임금의 50%를 가압류당했고, 김 열사 등 간부 7명은 자택을 가압류당하기까지 했다. 마지막 수단으로 김 열사는 2003년 6월 11일 85호 크레인의 30m 상공에 올라 투쟁에 나섰으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결국 투쟁 129일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열사를 죽음으로 몰고간 손배·가압류는 지금도 노동자를 괴롭히고 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30여 년간 사측이 노동자 앞으로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누적 3160억 원에 달한다. 노조법에 달린 ‘쟁의로 인한 회사의 손실을 보전’ 조항이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셈이다. 지난해 51일간의 대규모 파업이 벌어졌던 경남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서는 사측이 선박 진수가 늦어졌다는 이유로 노조 집행부 5명에게 47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도 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노란봉투법은 폭력·파괴행위로 인한 손해를 제외한 노동쟁의 중 손해는 책임 청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외 원청 소속이 아닌 노동자 일부의 원청 교섭권 확보 등이 내용에 포함됐다. 1993년 입사해 김 열사 등의 고통을 직접 목격한 심진호 금속노조 HJ중공업지회장은 “김 지회장, 곽재규 열사(같은 해 10월 30일 자결) 등 선배들 모두 손배 때문에 괴로워했다. 9년 뒤 최강서 열사 또한 손배 탓에 돌아가셨다”며 “지금도 합법적인 투쟁이 진행 중인 사업장에서 손배를 걸어 노동기본권을 탄압하는 경우가 여전하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현장은 변한 게 없다. 노란봉투법을 통해 선배들 때와는 달라진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오는 21일 경남 양산 솥발산 묘역에서 김주익·곽재규 열사 20주기 추모제를 지낸다. 오는 30일엔 HJ중공업 85호크레인 앞에서 20주기 사내 합동 추모제가 엄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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