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18일 이스라엘 방문…하마스 분쟁 분수령 될까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이하 현지시각) 이스라엘을 방문하기로 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하마스 간 분쟁에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잃지 않으면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안전을 확보하고 주변국으로의 확전을 막는 등 복합적 역할을 균형 있게 수행해야 한다.
16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방문을 통해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철통 같은 헌신과 연대를 재확인"하고 "하마스가 최소 30명의 미국인을 포함해 1400명을 살해한 뒤 분명히 밝혀 온 것처럼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다른 테러리스트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고 미래의 공격을 예방할 권리와 의무가 있음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에 침입해 수백 명의 민간인을 살해하고 200명 가량의 인질을 납치했다.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무차별 보복 공습이 이어지며 16일 가자 당국에 의하면 이 지역에서 2800명 이상이 죽고 1만 명 이상이 다쳤다.
블링컨 장관은 회견에서 미국이 이 지역 인근에 "두 개의 항공모함 전단과 기타 군사 자산을 배치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 위기를 이용해 이스라엘을 공격하려는 모든 국가 및 비국가 행위자들에게 '개입하지 말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강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에 잡힌 인질 해방을 위해 이스라엘 파트너들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와 전략에 대한 종합적 브리핑을 받게 될 예정이다.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로부터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고 하마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가자지구 민간인에게 인도적 지원이 제공될 수 있도록 작전을 수행할 방안에 대해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7시간 동안 이스라엘 전쟁 내각과 회담한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국과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안전 구역을 만들 가능성을 포함해 공여국과 다자간 기구의 인도적 지원이 가자지구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계획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이스라엘 정부의 약속을 환영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수요일 방문 때 이 계획에 대해 더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능한 빨리 가자지구로 원조가 유입되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하마스가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구호품을 탈취 또는 파괴하거나 물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우려를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는 블링컨 장관의 발표에 인도적 지원에 관한 세부적 내용이 거의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이스라엘과 미국 간 이견이 남아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매체는 인도적 지원이 이스라엘에서, 특히 네타냐후 총리와 연정을 꾸린 극우 정치인들 사이에서 민감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동시에 점점 악화하고 있는 가자지구 민간인들에 대한 보호책을 이끌어 이를 통해 주변 아랍 국가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를 완화하고 확전 가능성을 차단하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게 됐다. 전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물리적 안전을 지켜야 함은 물론이다. 16일 블링컨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회동 도중 하마스의 미사일 공격 탓에 공습 경보가 울리며 5분 간 벙커로 대피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까지 이스라엘에 직접적으로 대응 자제를 촉구한 적은 없지만 15일 공개된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 "하마스의 극단 분자들이 모든 팔레스타인인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료, 식량 공급 차단을 포함한 이스라엘의 가자 전면 봉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이스라엘이 전쟁법에 따라 행동할 것을 확신한다"며 민간인 보호를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 등 미국 관료들이 이스라엘에 머물고 있는 데다 바이든 대통령의 18일 방문이 예정되면서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 공격이 늦춰져 민간인 대피 시간 및 관련 논의가 진행될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6일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에 작전 방향이나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동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보복 공습과 식량과 연료를 포함한 완전 봉쇄가 이어지며 민간인 피해가 극심해지자 미국 민주당 내에서도 휴전을 촉구하고 이스라엘의 과잉 대응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코리 부시, 안드레 카슨 등 민주당 하원의원 5명이 발의하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등 다른 8명의 민주당 하원의원이 서명한 결의안에서 의원들은 "즉각적 휴전" 및 "가자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전달"을 촉구했다.
결의안에 대한 공동 보도자료에서 카슨 의원은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하마스의 끔찍한 공격을 규탄하는 동시에 이스라엘 정부의 수백만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잔인한 대응도 규탄한다"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방문 때 "가자에 대한 인도적 지원 필요성과 무고한 사람들이 탈출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인 지원 및 확전 방지를 위해선 주변 아랍 국가들과의 협력도 필수적인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 뒤 요르단으로 이동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등 인접국 지도자들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 팔레스타인 민간인 지원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주 미국은 이집트 및 이스라엘과 민간인 대피 통로 관련해 협의했지만 난민 급증 및 안보 불안 등을 우려한 이집트 쪽의 거부로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이집트로 통하는 유일한 민간인 이동 통로인 라파 검문소는 지난주 이스라엘의 폭격을 받아 폐쇄됐다. 이스라엘로 통하는 나머지 두 검문소도 봉쇄됐다.
이에 더해 <워싱턴포스트>는 미 당국자들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있는 주변 아랍 국가 시민들이 분노해 해당 국가 지도자들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미 이스라엘과 제한적 교전을 벌이고 있는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 및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장기적으로 지원해 온 이란에 분쟁에 개입하지 말 것을 여러 차례 촉구했지만 이란 쪽은 "향후 몇 시간 안에" 다른 전선이 열릴 수 있다고 경고해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 통신을 보면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16일 이란 국영 방송을 통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전쟁 범죄가 즉시 중단되지 않으면 다중 전선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항 전선이 적(이스라엘)과 장기적 전쟁을 벌일 수 있으며 향후 몇 시간 안에 선제적 조치를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110만 명에 이르는 가자 주민을 대상으로 남부로 대피하라는 경고를 발령한 뒤 50만 명 가량이 대피에 나섰지만 가자 남부에 대한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고 카타르 알자리라 방송이 17일 보도했다. 매체는 밤새 남부 칸 유니스, 이집트 국경 지대인 라파, 데이르 엘발라 등에 공습이 벌어져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적어도 7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라파 검문소에선 수백 명의 주민이 이집트로 통하는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고 <가디언>이 16일 전했다.
한편 <로이터> 등을 보면 하마스는 16일 납치한 인질 중 한 명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자신을 미아 솀(21)이라고 밝힌 프랑스계 이스라엘인 여성은 현재 가자지구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지난 7일 솀은 하마스에 의해 200명 이상이 살해당한 음악 축제 현장에서 납치됐다.
아부 오베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영상 메시지에서 인질을 "손님"으로 표현하며 이들을 "보호"하고 있고 "상황이 허락되면 구금자들을 석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 고위 당국자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16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폭력이 계속되고 있어 외국 수감자를 석방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날 하마스 최고 지도부인 칼리드 마슈알이 이스라엘에 수감 중인 팔레스타인인들을 해방하기 위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며 이는 인질을 협상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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