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속도’에 묻힌 경기道 국감…김동연 “동의하지 않아” [밀착취재]
여야, 정책 검증 뒷전… 인신공격 난무
김 지사, 연신 “답변 적절치 않아”
“동의하지 않습니다”, “답변하기 적절치 않습니다”,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지사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으며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김 지사는 인사말에서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경제와 민생을 지키겠다”며 도정에 대한 정책 질의를 유도했으나,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둘러싼 4개월 지난 ‘묵은’ 질의에 발이 묶인 듯했다. 정책 검증은 뒷전으로 밀리고 인신공격이 난무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일부 여당 의원은 김 지사의 최근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 목소리를 두고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며 “그럴 거면 아예 우리처럼 여의도 국회로 오라”고 했다. 김 지사와 경기도가 행정안전부에 요청한 북부특별자치도 분도 주민투표 요청 등 핵심 이슈는 수면 아래로 묻히고 말았다.
이날 국감은 서울∼양평고속도 노선 변경과 해법 등을 놓고 초반부터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여당 의원들은 김 지사가 지난 7, 8월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국토교통부가 합리적 절차 없이 원안을 변경했다고 비판한 사실을 도마 위에 올렸다. 당시 김 지사는 대안(강상면 종점)에 반대하면서 원안(양서면 종점)에 나들목(IC)을 추가하는 안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첫 질의자로 나선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부산 수영)은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김 지사를 비난했다. 그는 “양평군민의 의견을 듣고 분열을 봉합하는 게 도지사의 책임인데 김 지사는 ‘모든 게 가짜뉴스’라며 분열만 일으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에 김 지사는 “기자회견문을 직접 작성했는데 ‘가짜’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면서 “‘당초 목적에 부합’, ‘조속 추진’, ‘주민 숙원과 정부약속 이행’의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박성민 의원(울산 중구)도 “도지사는 행정가인가, 정치가인가”라고 물으며 김 지사의 최근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적 발언들을 문제 삼았다. 이어 “원안보다 교통체증 해소에 효과적인 대안이 낫지 않으냐”며 국토부안에 대한 찬성을 유도했으나 김 지사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김 지사는 “국토부 대안은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새롭게 나온 비용 대비 편익(B/C)은 용역회사가 단기간에 다시 작성한 것으로 경제성을 조사한 주체부터 로데이터(가공 전 단계의 통계)까지 살펴봐야 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박 의원은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은 서울∼양평고속도 계획 발표 이전에 매입된 것”이라며 “계획 발표 이후 땅을 산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정동균 전 양평군수, 김 여사 일가 가운데 누가 더 도덕적인가”라고 되물었다.
김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총리 시절, 함께 일했던 김 전 총리를 거론하며 “정 전 군수는 잘 모르지만 김 전 총리의 경우 서울에 있을 때부터 계속 양평으로 이전(이사) 계획을 얘기했고 제 아내도 김 전 총리의 부인으로부터 같은 얘기를 들었다”고 변호했다.
양평고속도와 관련된 질의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김 지사와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문진석 의원(충남 천안갑)은 “국토부가 국감을 앞두고 B/C를 발표했는데 의도적 논쟁을 야기한 것이라 생각하는가”라고 물었고, 강병원 의원(서울 은평을)은 아예 “강산면 변경안을 주장하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일타 강사냐 선동꾼이냐”며 부정적 답변을 주문했다.
김 지사는 곤란한 질문에는 “답변을 드리기 적절치 않다”면서도 “(원 장관의) 국정 난맥상 초래에 대해선 지적할만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B/C를 0.1까지 다루는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2년간 예타를 거쳐 천신만고 끝에 원안이 14년 만에 통과됐는데 (언론과 정치권이 제기한) 누가, 왜, 어떻게 노선이 바뀌었는지에 대한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당 최기상 의원(서울 금천)은 “원안 추진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지원사격을 했고, 이에 김 지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무조정실장 사직 이후 6개월간 칩거한 곳이 양평”이라며 “군민들 사정을 잘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갈등 초기에 양평군을 방문하지 않은 데 대해 “군민 여론이 갈린 가운데 초기에 가는 건 아니라고 봤다”고 덧붙였다.
◆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사직 후 반년간 ‘양평 칩거’…지금 大選 생각 안 해”
이날 국감에선 전임 지사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법인카드 유용 논란’도 거론됐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 상당)은 “법카와 관련해 (김 지사가) 자체 감사를 한 적이 있느냐”며 이 대표의 횡령 혐의를 끄집어냈다. 이 대표의 측근 자녀가 특혜 입사한 의혹을 받는 성남산업진흥원의 인사와 관련한 질문도 쏟아냈다.
같은 당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은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김 지사와 함께 근무했던 인연을 거론하며 대권 출마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권 의원은 “지사면 목민관으로서 지방행정에 몰두해야 하는데, 여야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치 문제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정치 행사에 자주 참석한 것을 보니 아직 대통령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며 “다음 대선에 출마하느냐. 대통령이 꿈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 지사는 “그런 생각을 지금 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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