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는 바이든… 중동 지역 확전 차단 시험대

박영준 2023. 10. 1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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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전·주변국 개입 차단 총력 외교
팔 자치정부 수반 등 연쇄 회동 예정
블링컨 “이스라엘 지지·연대 재확인”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美포로 구출 등
인권 문제 노력은 뒷전” 비판 목소리
네타냐후 “하마스 섬멸 끝까지 갈 것”
WP “美 비전투병 4000명 파병 준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지상전을 예고한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한다. 확전 방지를 위한 중대 행보로 해석되지만 미국이 동시에 이스라엘 지원을 위해 4000명 이상의 미군을 파병 준비 중인 것으로도 알려져 역내 긴장이 고조됐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6일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및 정부 인사들과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수요일(18일)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이스라엘과 지역, 세계를 위한 중요한 순간에 이곳에 올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백악관도 이날 기자단에 바이든 대통령이 17일 저녁 백악관을 출발해 이스라엘로 향한다고 확인했다.

이 발표는 세계 주요국이 이스라엘의 지상전 돌입과 중동 지역 확전을 막기 위해 외교 총력전에 나선 상황에서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에서 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이란의 개입이나 이스라엘의 과한 보복에 의한 확전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블링컨 장관은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연대와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철통 같은 공약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방문을 통해 추가로 이란 등 하마스 편에 있는 주변국 등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을 석방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처드 폰테인 신미국안보센터 소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 방문에 대해 “가자지구의 정권 교체가 올바른 선택이라는 것을 더욱 포용하고 재확인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공습 연기 피어오르는 가자지구 주택가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공습을 당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하눈 주택가에서 거대한 회색빛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베이트 하눈=플래닛랩스PBC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와 향후 전략,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전략 등에 대해 브리핑을 받을 예정이다. 이후 그는 요르단 암만을 방문, 압둘라 2세 국왕을 만나고,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도 만나 확전 방지 노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당초 약속과 달리 미군도 이스라엘로 향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미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 미국 해군과 해병 4000명 이상이 이스라엘로 향하고 있고, 하마스와의 분쟁이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 군함에 배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인근에 파견된 핵 추진 잠수함 두 척에 합류할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군이 이스라엘 지원을 위한 파병을 준비하기 위해 병력 약 2000명을 미군 전체에서 선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병력이 전투 역할에 투입될 목적은 아니고, 군사 자문과 의료 지원 임무를 맡는다고 설명했지만 이스라엘에 투입된다는 자체만으로도 파장이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CBS와의 인터뷰에서도 이스라엘에 미군 파병을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스라엘을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오른쪽)이 13일 텔아비브의 이스라엘 국방부에 도착, 요아브 갈란드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AP뉴시스
이런 바이든 행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미국 내 우려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이스라엘 방문이 물리적으로 정치적으로도 여러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미국 대통령이 분쟁 발발 직후 동맹국을 방문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일반적으로 고위 외교관이나 국방부 관리에게 그 일을 맡긴다”고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알터먼 중동프로그램 책임자는 “대통령 방문은 치밀하게 짜여 있겠지만 전쟁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부담도 작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문제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지상군 투입을 통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을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전기와 식량 차단 조치를 비판하지 않았다”면서 “아랍 지도자들은 미국에 가자지구 봉쇄가 전쟁법 위반이라고 항의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인 다수가 하마스의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에는 지지를 표하고 있지만,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여론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는 점도 바이든에 부담이다. CNN이 15일 발표한 여론조사(12∼13일, 미국 성인 1003명 대상) 결과 응답자의 35%는 미국이 현 상황에 대응해 이스라엘에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15%는 지나치게 많이 돕고 있다고 답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발발한 지 열흘째인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이 발생한 후 가자지구 라파 난민촌에서 한 여성이 바닥에 앉아 울부짖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열흘이 지나가고 있지만 가자지구에 갇힌 미국인 등을 구출하기 위한 노력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초 9명이라고 발표했던 미국인 사망자는 이날로 30명까지 늘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랍권 방문이 확전 방지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가 최악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마스를 섬멸할 때까지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총리실이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X(옛 트위터)에 “총리는 이스라엘이 잔인무도한 살인마들에 공격당했고 결연하고 단호히 전쟁에 나섰으며, 하마스의 군사·통치력을 궤멸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예고한 가자지구 지상 작전이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로이터 등은 이날 “이란 외무장관이 이스라엘에 대한 ‘선제적 조치’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자국 국영방송에서 저항전선의 지도자들이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정권(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항전선은 이스라엘과 미국에 맞선 지역 국가들과 세력을 이란이 지칭하는 말이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저항전선이 레바논 헤즈볼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역 전역에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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