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57.6% 회수’ 류현진 부상으로 1년 날렸는데… 왜 ‘먹튀’라는 비난은 없을까

김태우 기자 2023. 10. 1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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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토론토와 4년 계약이 끝난 류현진 ⓒ연합뉴스/AP통신
▲ 류현진은 토론토에서의 첫 2년은 팀 에이스로 활약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야수들의 리빌딩이 어느 정도 완성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고 판단한 토론토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마운드를 이끌어 나갈 에이스를 찾아 나섰다. 그런 토론토의 선택은 2019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며 절정의 기량을 선보인 류현진(36)이었다.

당시 FA 시장에는 최대어로 평가를 받았던 게릿 콜(뉴욕 양키스)을 비롯,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류현진, 매디슨 범가너 등 좋은 선발 투수들이 많았다. 콜이나 스트라스버그의 몸값을 감당할 수준은 아니었던 토론토는 그 다음 레벨이었던 류현진을 영입해 에이스의 중책을 맡겼다. 4년 8000만 달러의 계약 규모는 당시 토론토 FA 투수 영입 역사상 최고액이었다.

그랬던 류현진과 토론토의 계약은 어느덧 시간이 흘러 모두 끝났다. 그렇다면 토론토가 류현진 투자의 원금을 회수했을까. 양쪽 모두 아쉽게도 그렇지는 못했다. 역시 2022년 6월 받은 팔꿈치 수술 여파가 컸다. 이 수술 탓에 1년 넘게 등판하지 못했고, 그만큼 팀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

류현진은 토론토에서의 4년 동안 총 60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60경기에서 315이닝을 던지며 24승15패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했다. 류현진이 LA 다저스에서 뛴 6시즌 동안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2.98이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방망이 차이, 특히 류현진이 지구 최강팀인 다저스 소속이었던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어쨌든 평균자책점이 많이 올랐다.

이 기간 류현진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어떨까.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으로 합계 5.0이었고, ‘팬그래프’ 기준으로는 4.9였다. 류현진의 계약 총액은 8000만 달러지만, 2020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60경기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까닭에 실질 연봉은 6740만 달러였다. 결과적으로 6740만 달러의 가치는 못 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아무래도 수술로 날린 1년 2개월 탓에 그런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팬그래프’가 집계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기반 가치에 따르면 류현진은 2020년 1510만 달러, 2021년 1960만 달러의 값어치를 했다. 2년간 받은 연봉은 2740만 달러인데, 여기까지는 3470만 달러로 흑자였다.

▲ 토론토가 강팀으로 발돋움하는 데 한 몫을 보탠 류현진
▲ 부상으로 1년을 날린 탓에 계약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류현진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하지만 2022년은 팔꿈치 통증 여파로 성적이 좋지 않았고, 여기에 6월에 수술을 받으면서 70만 달러 가치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 2023년은 8월에야 돌아왔지만 역시 수술 여파로 조심스러운 등판이 이어졌고, 가치는 340만 달러였다. ‘팬그래프’가 집계한 류현진의 4년간 가치는 총 3880만 달러로, 투자 금액의 57.6%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실패한 계약이라는 평가, 혹은 우리 식으로 ‘먹튀’라는 혹평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현지 언론에서는 그런 느낌을 찾아보기 어렵다. 부상으로 1년을 날린 것을 감안해야 하고, 그 전에 했던 공헌도가 있기 때문이다. 계약 전반에 ‘아쉽다’는 평가가 있어도 ‘토론토 역사에 남을 만한 최악 계약’이라는 평가는 발견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공헌도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 이런 평가는 류현진이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았을 당시 많았다. 북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토론토 담당기자 케이틀린 맥그래스는 류현진이 팔꿈치 수술을 받을 당시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등판하는 류현진의 모습은 이게 끝일 수도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2020년 에이스로서 토론토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공헌했다’는 논지를 펼치면서 실패한 계약까지는 아니라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리빌딩을 마친 토론토는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했다. 마침 2020년은 코로나19 단축 시즌으로 대신 포스트시즌이 일시적으로 확장된 시기였다. 토론토는 당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오르는 등 허약한 팀 선발 마운드를 이끌고 고군분투한 류현진 덕에 이 귀중한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은 팀이 지속 가능한 강팀 대열에 올라서는 데 중요한 몫을 했다.

‘성공한 계약’이라는 평가도 받기 어렵겠지만, ‘먹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류현진이 건강만 유지한다면 그래도 기본은 한다는 것은 증명된 계약이었을지 모른다. 부상 복귀 시즌인 올해도 11경기에서 3.4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토론토와 류현진의 인연은 아쉽지만, 그래도 아주 나쁘지 않은 인연으로 정리되고 있다.

▲ 토론토와 계약이 끝난 뒤 새 구단을 찾아 나선 류현진 ⓒ토론토 구단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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