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발전의 완충판 양수발전 [유승훈의 에너지의 경제학]

2023. 10. 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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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우리나라는 에너지 부족 국가이면서도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이슈를 에너지 경제학의 관점에서 점검해 본다.
강원 양양 양수발전소 상부댐.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양수발전이란 전력수요가 낮은 야간 시간에 펌프를 이용하여 하부 저수지의 물을 상부 저수지로 올려놓았다가, 전력수요가 높은 주간 시간에 상부의 물을 방류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양수발전은 크게 4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첫째,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점에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둘째, 남는 전기를 버리지 않고 상부 저수지에 위치에너지의 형태로 저장한다. 셋째, 다른 발전소가 고장 나는 비상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넷째, 다른 발전소들이 출력을 줄여 비효율적으로 운전해야 할 때 양수를 위해 전기를 소비함으로써 출력을 줄이지 않고 효율적으로 가동될 수 있게 한다.

즉 양수발전은 평상시 전기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기저발전원이 아니라 긴급 상황에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응급실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청평, 삼랑진, 무주, 양양, 청송, 예천, 산청에서 7개 4.7기가와트(GW) 용량의 양수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3개 1.8GW 용량이 건설 중이며, 2036년 완공 목표로 1.75GW 용량을 조만간 착공할 것이다.

올해부터는 앞서 설명한 4가지 기능 외에, 양수발전의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전력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시점에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했다면, 앞으로는 전력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시점에 양수를 통해 전기를 저장하는 역할을 추가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즉 양수발전이 전기 공급과 저장의 역할을 겸해야 한다.

전기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경우뿐만 아니라 반대의 경우에도 정전을 일으킨다. 봄과 가을에는 하늘이 맑기에 태양광 발전량이 연중 최대이지만, 냉난방이 필요 없기에 전력수요는 연중 최저다. 즉 공급이 수요를 자주 초과한다. 정전을 막기 위해서는 일부 발전소의 가동을 멈추거나 남는 전기를 저장해야 한다.

올해 봄에는 발전소를 다 멈춰도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원자력발전소까지 출력을 낮췄다. 게다가 자가소비형 태양광 발전소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봄과 가을의 전력시장 최저 수요가 5년 전에는 45GW였는데 올해 가을에는 38GW까지 낮아졌고 앞으로는 더 낮아질 것이다.

결국 태양광 발전이 늘어남에 따라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시스템(ESS·Energy Storage System)의 대규모 설치가 필요하다. ESS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배터리다. 하지만 배터리는 세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너무 비싸다. 둘째, 화재에 취약하다. 셋째, 수명이 짧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부각되는 것이 바로 양수발전이다. 양수발전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안전에 문제가 없고 수명이 반영구적이다. 예를 들어 0.7GW 용량의 ESS를 설치할 때, 양수발전은 약 1조5,000억 원, 배터리는 4조 원의 투자비를 필요로 한다. 수명을 고려하면 양수발전이 가장 경제적인 ESS 수단임에 틀림없다.

이에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 모두 태양광발전 증가에 따른 전력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양수발전을 늘리고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이후 태양광발전 설비의 급증을 경험한 일본은 27.5GW의 양수발전소를 보유하여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이며 3위인 미국보다 많다. 전력공급 여건이 유사한 일본은 우리의 6배 용량의 양수발전소를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양수발전을 더 늘려야 한다. 우선 전국적인 조사를 통해 양수발전 잠재량 지도를 작성해야 한다. 아울러 현재는 적자를 보고 있는 양수발전에 대해 합리적 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기존의 수력댐 및 다목적댐에 양수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투자비를 절감하는 방안도 마련하여 시행해야 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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