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억수로 아쉽다”…부산의 해결사 ‘마을지기’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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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수도 꼭다리 갈아주고 보일러도 고장 나면 손봐주고. 참말로 살림에 많이 도움 줬는데 인자는 마을지기가 없어져서, 마 억수로 아쉽고 불편하다."
좌천동에서 마을지기로 활동하는 김준태씨는 "지난달 한 노인이 새벽에 연락이 와 '가슴이 너무 아프다. 살려달라'고 해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에 모셔다드렸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했다는 생각에 자부심도 느낀다"며 "원도심, 산복마을 등 주거취약지역에 사는 주민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마을지기사무소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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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수도 꼭다리 갈아주고 보일러도 고장 나면 손봐주고. 참말로 살림에 많이 도움 줬는데 인자는 마을지기가 없어져서, 마 억수로 아쉽고 불편하다.”
지난 16일 부산 북구 만덕1동 산복마을의 새솔경로당에서 만난 박순자(82)씨가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는 “몇년 전 아저씨(마을지기)가 옆 동네(덕천동) 사무소로 옮겼다며 연락처 주고 갔는데, 그 동네에서도 바쁠 거라 미안한 마음에 연락 안 한다”고 했다.
마을 주민 김필득(79)씨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마을지기는 동네 만능 해결사”였다는 김씨는 “우리 집 안방 바닥에서 보일러 물이 새어 나와 공사하는데, 마을지기가 관리·감독해줘 참 고마웠다. 겨울엔 춥다고 우리 집 창에 뽁뽁이도 붙여줬다”고 말했다.
산기슭을 따라 조성된 산복마을 새솔경로당에 2015년 11월 마을지기사무소가 생겼는데 2019년 9월 덕천동 사무소와 통합되면서 문을 닫았다. 마을지기사무소에서는 산복도로와 원도심의 마을 단위로 낡은 집들을 관리한다. 마을지기 2명이 상주하면서 누수·누전 등 집 수선, 공구 대여, 무인 택배 보관 등 업무를 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구실이 비슷하다. 주민이 마을지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재료비와 출장비 등으로 5000원을 내면 된다.
부산시는 주민복지, 위기 가구 방문 상담, 도시재생 등을 목적으로 2015년 마을지기사무소 사업을 시작했다. 사무소 설치 후 3년간 부산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이후에는 각 구·군 자체 계획으로 전환하는 일몰제 사업이다. 주민 호응으로 2015년 12개 구·군 13곳이었던 마을지기사무소는 2020년 15개 구·군 50곳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올해 5월 기준 마을지기사무소는 15개 구·군 32곳에 불과하다.
마을지기사무소가 줄어든 것은 각 구·군 예산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다. 부산시 지원이 중단되자 일부 구·군에서 마을지기사무소 통폐합에 나섰다. 한 기초단체 담당자는 “해마다 사무소 1곳당 운영비가 7000여만원이 필요하다. 주민복지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예산이 여의치 않다. 수요가 많은 마을을 중심으로 통폐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별다른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 자치분권과 관계자는 “많은 주민이 혜택을 받는다는 것을 알지만 일몰제 사업이라 추가 예산 지원이나 확대 운영을 하지 못한다”며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지원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을지기는 지역 내 취약계층과 복지 사각지대 주민들을 위해 필요한 복지 사업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좌천동에서 마을지기로 활동하는 김준태씨는 “지난달 한 노인이 새벽에 연락이 와 ‘가슴이 너무 아프다. 살려달라’고 해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에 모셔다드렸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했다는 생각에 자부심도 느낀다”며 “원도심, 산복마을 등 주거취약지역에 사는 주민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마을지기사무소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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