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재판 노쇼' 손배소 강제조정…권경애 이날도 안 나와

법원 강제조정 결정…한 쪽 불복 땐 소송
피해자 母 "최소한 사람의 도리는 해라"
권경애 측, 법원에 '정신적 고통' 호소해
조정에선 "대법 가도 못 이겨…감안 바라"

[서울=뉴시스] 한재혁 기자 = 자신이 맡은 학교폭력 피해 사건에 여러 차례 불출석해 재판에서 패소한 권경애 변호사(58·사법연수원 33기)를 상대로 유족 측이 낸 소송과 관련해 법원이 강제조정을 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은 17일 피해자 모친 이기철 씨가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 등을 상대로 낸 청구 사건에 대해 강제조정을 하기로 했다.

강제조정이란 재판부가 판결하지 않고 원·피고 당사자 간 화해 조건을 정해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다. 다만 강제조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법원의 강제조정은 결정 2주 내 양측의 이의신청이 없으면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지만, 한쪽이 이를 거부할 경우 조정안은 무산되고 재판이 재개된다.

어머니 이씨는 이날 검은 복장 차림으로 고인의 영정을 들고 법원에 출석했다. 자리에 앉아 있던 그는 고인의 영정을 바라보다 눈을 감고 울상을 짓기도 했다.

권 변호사는 이날도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나온 대리인은 권 변호사의 출석 여부를 취재진이 묻자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

조정절차는 비공개로 약 55분간 진행됐다. 이씨는 조정 후 취재진과 만나 권 변호사에게 "돈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면서 "권 변호사가 지금까지 최소한 사람의 도리나 기본을 보여주길 바랬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권 변호사 측 대리인이 '기일마다 취재진이 오는데 권 변호사가 올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며 "심지어 조정장(재판장)에게 '원고측이 대법원에 가도 이길 것 같다는 판단은 안 되는 사건이니 감안해서 조정해달라'고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권 변호사가 마지막으로 저한테 한 말은 '연락드리겠다'였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재안 수용에 관해선 "받아들이고 싶지 않고 그런 생각도 없다"며 "오늘도 (권 변호사에게) 법원에 출석하라고 했는데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흐느꼈다.

'조국 흑서' 공동 저자로 알려진 권 변호사는 한 학폭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와 교육청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원고(유족) 측 소송대리인을 맡았으나 재판에 잇따라 불출석해 패소로 이어졌다.

민사소송법상 대리인 등 소송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해도 변론하지 않을 경우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된다.

이 사건에선 2회 기일 동안 원·피고 쌍방이 불출석한 후 원고 측 대리인인 권 변호사가 기일지정신청을 했으나 새로 정한 기일에도 다시 쌍방이 불출석해 항소가 취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권 변호사는 판결문 정본을 송달받고도 유족 측에 소송 진행 상황은 물론 재판 결과 등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씨는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점, 권 변호사가 기존 학폭 사건 항소심에서 청구한 금액이 2억원인 점 등을 고려해 지난 4월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번 소송을 냈다.

한편 권 변호사 측은 지난 12일 법원에 "자신의 정신적 충격을 고려해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했다.

해당 답변서 내용을 보면 권 변호사 측은 "이씨의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지만, 그가 언론에 사실관계를 공표해 받은 정신적 충격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saebye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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