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판정 논란으로 얼룩진 전국체전 3x3 결승 무대...하늘내린인제, 협회 대회 보이콧 검토
단 한 순간에 모든 게 얼룩져 버렸다. 그동안 힘든 상황에서도 3x3를 위해 코트를 지켰던 선수들은 눈물을 흘렸고 앞으로 계속해서 3x3를 해야 하는지 자괴감까지 느끼는 단계가 됐다.
전남 목포 목포노을공원에서 열린 제104회 전국체전 3x3 남자 일반부. 14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이번 3x3는 시범 종목으로서 2024년 정식 종목 채택을 바라보고 있다.
각 지역을 대표한 13개 팀은 2일 동안 예선 및 결선 토너먼트를 진행, 초대 챔피언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그 결과 김준석, 석종태, 송창무, 이현승으로 구성된 세종특별자치시가 박민수, 김민섭, 노승준, 하도현으로 이뤄진 강원특별자치도를 21-18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원은 이날 경기 시작 4분여 만에 팀 파울 10개를 받았다. 세계 3x3 농구를 보더라도 이 정도의 소프트 콜은 찾기 힘들다. 3x3에선 10번째 팀 파울부터 자유투 2개와 공격권을 내줘야 한다. 경기 흐름에 치명적인 부분.
경기 중반부터 노승준이 석연찮은 판정 끝에 3번의 파울을 범했다. 6분 40초 노승준의 정상적인 스크린이 공격자 파울이 됐다. 이후 6분 26초에는 김준성과의 박스 아웃 과정에서 노승준의 공격자 파울이 선언됐다. 5분 45초에는 노승준이 자리를 잡은 채 수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공격자 파울 판정을 받았다. 이때 강원은 10번째 팀 파울이 됐다.
5분 7초에는 리바운드 경합 과정에서 송창무의 푸싱 파울이 선언되지 않았다. 김민섭은 광고판 뒤로 날아갔으나 심판은 세종의 볼을 선언했다. 3분 25초, 하도현의 돌파 과정에서 이현승이 팔을 걸어 명백한 파울 상황이지만 휘슬은 불리지 않았다. 이외에도 이해하기 힘든 판정은 적지 않았다.
김민섭은 “농구 선수로서 삶을 살면서 이렇게까지 한쪽으로 기운 경기는 없었다. 3대7 정도로 우리가 불리한 경기는 어떻게든 할 수 있어도 1대9, 0대10으로 기운 경기는 어쩔 수 없다. 처음 겪는 일이다. 관중석에서도 야유가 쏟아졌을 정도”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우리 팀에선 내가 항의를 많이 하는 편이다. 다른 선수들은 항의를 거의 하지 않는다. 노승준, 박민수는 평소 항의하는 나를 자중시키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전국체전 결승에선 오죽했으면 두 선수를 내가 말려야 하는 지경이었다. 그만큼 상황이 너무 이상했고 경기하는 내내 분한 마음에 서러웠다. 농구를 잘 모르는 내 아내까지도 ‘스포츠는 공정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물으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덧붙였다.
경기 후 억울함에 눈물까지 보인 노승준은 “나 역시 이런 경기는 처음이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서 너무 화가 났다. 경기 중 오심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0대10까지 밀리는 상황은 처음이다. 경기하는 자체가 의미 없었던 느낌이다. 판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했지만 답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정당한 경기에서 패했다면 우리도 깔끔하게 상대 팀의 우승을 축하해 줄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은 금메달을 강탈당했다는 느낌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매번 ‘코리아투어’가 한국 최고의 3x3 이벤트라고 한다. 과연, 정말 그 말에 자신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라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강원, 즉 하늘내린인제는 이번 경기를 끝으로 대한민국농구협회 주관 대회에 출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정확히는 검토 중이다. 더불어 인제군청은 강원도체육회에 소청, 경기 관련 판정에 대해 공식적인 항의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1분 46초 이현승이 완벽한 2점슛 기회를 얻었으나 심판의 판정은 라인 크로스. 중계 화면상 이현승의 두 발은 라인 밖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만약 오심이라면 19-18, 클러치 상황에서 나온 끔찍한 판정이다. 그럼에도 이현승은 웃으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평소 심판 판정에 항의가 잦아 징계까지 검토되던 그 이현승이 심판 판정을 웃어넘겼다.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이해하기 힘든 경기였다. 이렇게 한쪽으로 기운 판정은 이제껏 없었다”고 밝혔다. 심지어 경기를 지켜본 몇몇 팬들은 현장 관계자에게 “왜 하얀색 팀에 유리한 판정을 하나?”라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대부분 김가인 심판의 콜이 문제가 됐다. 김가인 심판은 현재 한국에 있는 단 2명의 3x3 국제 심판 중 1명이다. 김 심판은 올해 수차례 3x3 국제대회에 파견됐고, 얼마 전 끝난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3x3 농구 코트에서도 휘슬을 불었다. 기량적인 부분에선 의심의 여지가 전혀 없지만 이날만큼은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 쏟아졌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시대에 맞지 않는 말이 있듯 경기는 끝났고 승패는 갈렸다. 그러나 억울했던 강원 선수들은 경기 후 심판본부석으로 향해 판정에 대해 항의했다. 정확한 설명을 원했다. 이 과정에서 격한 단어도 오갔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말.
더 큰 문제는 김가인 심판의 설명은 없었고 자리를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오히려 백용현 대한민국농구협회 부회장이 항의하는 선수들을 다그쳤다. 백 부회장은 항저우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관련 문제로 3x3 위원장 자리에서 사퇴한 인사로 여전히 대한민국농구협회 임원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협회 부회장이 굳이 코트에 들어와 선수들을 다그치는 게 이상하게 보였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억울한 일을 당한 선수들은 백 부회장에게 혼까지 나야 하는 촌극까지 발생했다.
백 부회장은 “강원도 관계자는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주변에서 세종이 득점할 때마다 박수를 보내고 환호했는지 물어보더라. 아예 안 했다는 건 아니지만 원래 나의 스타일이다. 강원도와 세종시 등 모든 득점에 박수를 보냈고 환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문제가 있다면 직을 내려놓겠다. 그만큼 큰 문제는 없었다. 경기가 끝난 뒤 항의하는 선수들을 말렸다”고 덧붙였다.
강원 선수들의 잘못이 없다는 건 아니다. 그들 역시 판정에 대해 거칠게 항의했고 이 부분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다만 심판들이 정확한 판정을 내렸다면 굳이 일어나지 않았을 항의다. 논란의 몫이 큰 건 심판들이다.
이번 전국체전은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결승전 해설자로 나선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 역시 경기 초반만 해도 “선수들은 심판 판정에 수긍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가 거듭되며 심상치 않음을 느낀 서 대표는 “이건 3대5의 싸움”, “이건 너무하다. 좀 너무한 판정이다”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진수 대한민국농구협회 심판위원장은 “100% 완벽한 판정의 경기는 아니었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도 결정적인 오심이 경기에 영향을 준 건 아닌 것 같다. 물론 처음부터 판정 기준을 잘 잡았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협회에 보고할 준비는 마쳤고 심판들 역시 경위서를 제출했다. 이후 판단은 협회의 몫”이라고 전했다.
이어 “경기가 끝난 뒤 지도자나 선수는 심판에게 질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항의를 하는 건 다르다. 심판을 위협하듯 행동하면 안 된다. 심판들 역시 감정적으로 대응할 이유가 없다. 강원 선수들이 경기 후 보여준 모습은 좋지 않았고 반말, 그리고 언어 자체도 모욕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판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절차에 따르면 된다. 선수들이 보여준 건 상식 밖의 일”이라고 마무리했다.
2024 전국체전 정식 종목을 노리는 3x3 농구. 그러나 시범 종목 채택 첫해부터 논란이 적지 않다.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제는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을 질 사람들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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