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라인업] '캡틴' 손흥민 돌아왔다…이강인 선발, 베트남전 명단 공개
[스포티비뉴스=수원, 박대성 기자] '캡틴' 손흥민이 돌아왔다. 100%는 아니지만 베트남전에 선발로 출격한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7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과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치른다.
킥오프 전 1시간 전에 라인업이 발표됐다. 튀니지전에 휴식했던 손흥민이 선발로 돌아왔다. 이강인과 함께 짝을 맞춰 뛴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가 끼고, 이기제, 김민재, 박용우, 조규성, 이재성, 황희찬, 정승현, 설영우가 함께 필드 플레이어로 나선다.
손흥민은 올시즌 토트넘에서 철저한 관리를 받고 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몸 상태가 100%가 아니라서 70분대를 뛰고 나면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다. 10월 튀니지-베트남 2연전에 소집돼 훈련을 했지만, 튀니지전엔 벤치에서 동료들의 활약을 지켜봤다.
베트남전에도 뛸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베르남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 황인범 출전을 확신할 수 없다. 최종 훈련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훈련에선 손흥민 표정은 밝았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무리없이 이어갔고, 클린스만 감독과 미소를 띄며 대화를 주고 받았다. 취재진에 공개된 시간 동안 손흥민의 컨디션은 큰 이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훈련 전 공개된 스트레칭, 가벼운 몸 풀기와 본 경기 템포는 다르다. 손흥민은 스포츠 탈장 수술을 했던 6월 A매치에도 첫 경기는 결장했고, 두 번째 경기에서 잠깐 그라운드를 누볐다. 만약 베트남전에 출전한다면 이번에도 후반전에 교체로 뛸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튀니지와 친선전은 4-0으로 이겼다. 사타구니 통증으로 이틀간 훈련을 빠졌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손흥민 빈 자리는 이강인, 황희찬, 조규성 조합으로 메웠다. 스트라이커 조규성은 상대 수비진과 적극적으로 맞섰다. 2선의 이재성과 이강인, 황희찬은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튀니지 수비 사이를 공략했다. 튀니지는 한국이 공격 진영에 들어올 때마다 선수 두세 명이 둘러싸는 등 미드필드에서 강하게 압박했다.
두 팀 모두 거칠게 나왔다. 튀니지는 이강인의 전진을 억제하려 강하게 견제했다. 깊은 태클도 서슴지 않았다. 한국은 조규성이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진을 괴롭히고 후방에서 김민재가 공격수들을 몸싸움으로 제압하는 등 맞불을 놨다.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수비진에서 미드필드로 좀처럼 공이 전달되질 않았다. 20분 뒷공간을 노린 패스를 황희찬이 크로스로 마무리했지만 부정확했다. 21분 조규성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지만 공은 벗어났다. 이날 첫 슈팅이었다. 24분 이기제의 중거리 슈팅은 힘없이 골키퍼 품에 안겼다. 박스 안까지 좀처럼 접근하지 못했다. 34분 박용우의 먼 거리 슈팅은 골문 위로 떴다.
오히려 튀니지의 경기력이 살아났다. 간결한 패스로 한국의 수비 진영까지 들어왔다. 39분 중거리 슈팅은 한국의 골문 상단을 살짝 스쳐 갔다. 전반전은 0-0으로 끝났다. 후반전 첫 유효 슈팅이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강인은 후반 9분 상대 파울을 유도해 얻어낸 프리킥을 직접 마무리했다. 왼발 킥은 예리하게 날아가더니 왼쪽 골문 구석에 꽂혔다. 이강인의 A매치 데뷔골이다.
멀티골까지 터트렸다. 이강인은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공을 잡더니 간결한 왼발 슈팅으로 골키퍼 하단을 노렸다. 골키퍼는 쳐다볼 수밖에 없는 날카로운 슈팅이었다. 한국은 황의조(노리치 시티)와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을 투입하고 황희찬과 조규성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세 골 차로 한국이 앞섰다. 22분 김민재의 헤더가 상대 수비의 말을 맞고 들어갔다. 이강인의 코너킥이 예리하게 김민재 머리를 찾았다. 한국이 3-0 리드를 잡았다. 사실상 경기가 기울자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두 명을 더 교체했다. 상대와 충돌해 얼굴쪽 통증을 느끼던 설영우를 대신해 김태환(울산)이 들어갔다. 이순민(광주FC)은 홍현석 자리로 배치됐다.
후반 추가 시간 황의조는 한국에 네 번째 골을 안겼다. 뒷공간을 파고들더니 골키퍼 왼쪽을 정확히 노려 골문 구석을 갈랐다. 한국은 4-0 승리를 거뒀다.
튀니지는 26위 한국보다 세 계단 아래다. 클린스만호는 10월 평가전에서 튀니지와 베트남을 차례로 만나 내년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북아프리카 국가인 튀니지는 아랍권으로 분류돼 클린스만호는 튀니지와 경기를 통해 아시안컵 본선에서 만날 중동 국가들을 대비할 심산이다.
지난 3월 출항한 클린스만호는 약 반년 동안 승리가 없었다. 3월 콜롬비아와 첫 경기에서 비겼고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1-2로 졌다. 6월 페루와 경기에서는 0-1로 패한 뒤 엘살바도르와 경기에서 후반 막바지 실점하며 1-1로 비겼다. 9월 유럽에서 진행된 친선 경기에서 웨일스와 0-0으로 비기더니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첫 승전고를 울렸다. 이번 튀니지전에서는 국내 경기 첫 승리를 따내며 첫 연승에 성공했다.
경기 이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손흥민은 "감독님과 얘기가 된 부분이다. 사실은 감독님께서 조절을 해주셨다. 선수들이 나 없이도 잘 뛰었다. 이런 상황이 올 수 있다. 잘 대처해줬다. 좋은 경기력과 골로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이런 경기를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멀티골을 터트린 이강인이 벤치로 돌아오자 손흥민은 포옹과 함께 맞아줬다. 당시 상황에 대해 손흥민은 "모든 선수를 안아주려 노력했다. 많이 고생했다. 이강인이는 대표팀 첫 골을 넣었다. 꿈꿔오던 순간 아니겠나. 너무 좋았다. 더 많은 골을 대표팀을 위해 넣어야 할 텐데, 마지막 골이 아닌 더 많은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 경기를 뛰지 않을 때도 편하지 않다. 긴장을 많이 한다. 강인이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고생해줘 고맙다"라고 말했다.
주축 공격수이자 주장 손흥민이 휴식한 가운데 대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너무 잘하죠"라며 웃더니 "뿌듯하다. 선수들이 소집 훈련 때 준비한 게 경기장에서 잘 나와 기분이 좋다. 웃자고 얘기하는 거지만 ‘저 없이도 잘하지 않겠나’라는 생각도 했다. 선수 한 명으로 팀이 변하기는 드물다. 모든 선수가 필요하고, 모두 준비를 잘했다. 경기를 못 뛴 선수는 안타까워할 수 있지만, 본인이 경기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한다면 더 강한 팀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베트남전 출전 가능성엔 "항상 매번 경기를 뛰고 싶다. 매 순간 팬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다. 다른 욕심은 없지만 경기 욕심은 정말 많다. 최대한 한국에서 경기하는 건 꼭 뛰고 싶고, 또 뛰려고 준비를 할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기자회견 중 손흥민 출전 여부를 한 번 더 언급했다. 그는 "손흥민, 황인범 출전 가능성은 잘 모르겠다. 최종적으로 확인을 해야 한다. 혹여나 출전하지 못해도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 큰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 안에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서로 교감을 하고 공감대가 생기고 팀이 하나되는게 중요하다. 이제 4번째 소집이다. 한 번 소집에 길게는 9일 정도 보낸다. 짧은 시간이지만 어떻게 팀을 만들어가는지가 중요하다. 몸 상태가 100% 아닌 선수들도 소집 기간에 함께해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튀니지전에서 손흥민 부재로 주장 완장을 찼던 김민재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 부재로 인해서 주장 완장을 찼는데, 옆에 있는 이재성에게 주장 완장을 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손흥민이 없을 때 김승규가 찬 적이 있다. 경험 많은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 발전을 도와주고 있다. 김민재의 성장세를 보면 정말 놀랍다. 리더십까지 있는 선수다. 튀니지전도 상당히 잘했다. 손흥민 부재시 주장 완장을 누구에게 채워도 상관없다"며 원 팀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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