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 말아?" 매물 쌓이는데 신고가 속출… 혼돈의 주택시장
아파트 거래 건수도 주춤세
주담대 금리 상승 소식에도
주택매수심리 오히려 호전
"조정있어도 붕괴는 없을 것"
#연초 변동금리로 전세 대출을 받은 40대 김 모씨. 금리가 슬금슬금 오르면서 부담이 커지자 '차라리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과연 지금 이 집을 살 적기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눈여겨보던 지역의 집값은 내렸지만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커졌기 때문이다. 머뭇거리는 사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으로 주택거래가 소폭 살아났다. 덩달아 집값이 오르며 호가도 오른 상태다. 김 씨는 "내집마련 시기를 놓친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김 씨처럼 내집마련을 주저하던 이들의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연초 급매 위주 거래가 간헐적으로 이뤄지면서 집값이 크게 떨어졌으나, 최근 거래가 늘면서 조금씩 집값이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다시 매수세가 주춤거리고 있다.
17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7만4790건으로 떨어졌던 전국 주택거래 수는 5월 8만8797건으로 튀어오른 뒤 6월 8만9030건까지 늘었다. 이 후 7월에는 8만 2812건으로 줄었는데, 8월에 다시 8만 5711건으로 다시 증가 추세를 보였다. 9월에 더 늘어날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은 상태다.
집값 상승기조에 집주인들이 본격적으로 호가를 올리기 시작해 매매 매물이 적체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매물 증가는 서울만 봐도 뚜렷하다. 아실 통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5187건으로 전월 동일대비 1137건이나 늘었다. 연초인 1월 17일 5만1163건 대비로는 2만4000여건이나 급증했다.
여기에 은행권 대출의 변동금리 기준이 3개월 만에 다시 올라 내집마련 결정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최근 은행연합회는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전월(3.66%) 대비 0.16% 포인트(p) 상승한 연 3.82%으로 공시했다. 지난 7~8월 2개월 연속 낮아지던 추세가 뒤집힌데다, 인상 폭도 지난 6월(0.14%p) 수준을 상회해 올 들어 가장 컸다.
여기에 주요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를 자제하라는 금융당국 의지를 반영해 줄줄이 대출금리를 높이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낮춰 주담대 금리를 높이는 식이다. 일각에서는 상단이 7%를 찍은 주담대 금리가 연내 8%대를 넘길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임에도 주택 매매시장의 소비심리지수는 상승추세라 주택 관련 지표가 혼돈스러운 상황이다. 이날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9.4로 전월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지수는 올해 1월(91.5)부터 9개월째 올랐으며, 7월부터 석 달째 상승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국토연구원 소비심리지수는 95 미만이면 하강, 95~115 미만은 보합, 115 이상은 상승 국면으로 구분한다.
지역별로 수도권에서는 서울의 9월 주택 매매심리지수가 127.4로 전월(124.1)보다 0.3포인트 상승하고, 인천은 115.3으로 2.7포인트 올랐다. 지방에서는 세종(131.7)의 매매 소비심리지수가 가장 높았고, 강원(128.7)과 충북(128.0)이 뒤를 이었다.
다만 향후 2~3년간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수요자들은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때문인지 최근 새 아파트 청약시장에는 적지 않은 수요가 다시 몰리고 있기도 하다.
현재 아파트 실거래가는 고점 대비 15% 정도 빠진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실제 실거래가 기준 아파트 가격지수는 고점(2021년 10월)대비 전국은 85.7% 수준으로 올라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집값)하락분을 상당부분 만회하고 있는 추세라 내집마련 수요는 저가 매수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며 "4분기에는 대출 속도조절과 금리상승 등으로 상승률이 둔화되겠지만, 상승 기대심리가 있어 매물증가나 갭투자 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약세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수요자라면 생활권 안에서 매수를 결정하면 되지만, 굳이 높은 가격에 살 필요는 없다는 조언도 나온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중심으로는 매도 호가를 유지하려는 집주인들이 많기 때문에 그 가격을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현재 호가 대비 5~10% 정도 빠진 급매물 수준이 적정하다는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내년에도 대출금리가 높아진다면 가격이 주춤해질 수 있겠지만, 향후 공사비 인상 과 공급감소 등은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테니 집값이 크게 내려갈 것을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의 생활권 안에서의 가능성을 찾을 것을 권한다"며 "대출금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자금력이 충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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