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비용 부담돼 포기하는 젊은이들 돕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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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백낙삼 옹이 향년 93세로 작고한 지 5개월여 흐른 17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예식장에서 만난 아들 백남문(53) 씨.
경제적 이유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이들을 위해 1976년 문을 연 신신예식장은 대를 이어 남문 씨가 '정상 영업' 중이다.
30여 년 전 백 옹이 무학산 자락에 나무로 지은 무허가 판자촌에 연탄이나 라면 등 성품과 장학금을 전달하러 갈 때면 당시 중고교생이던 남문 씨를 항상 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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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가 무료로 55년간 운영
- 향후 100년 채우는 것이 목표
- 많은 분 찾아주시면 봉사에 도움
“아버지가 55년간 무료로 운영한 신신예식장을 이어받았으니 어떻게든 버텨 100년을 채우는 게 목표입니다. 죽을 때까지 평생 운영하면 달성하지 않을까요?”
고(故) 백낙삼 옹이 향년 93세로 작고한 지 5개월여 흐른 17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예식장에서 만난 아들 백남문(53) 씨. 경제적 이유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이들을 위해 1976년 문을 연 신신예식장은 대를 이어 남문 씨가 ‘정상 영업’ 중이다. 자필로 쓴 사훈(고객 존경·만족·감동)과 연도별 주요 방송 스크랩, 국민훈장 석류장을 비롯해 벽면을 가득 채운 상장 등 백 옹의 흔적이 가득한 이곳에서 무려 1만4000쌍이 백년가약을 맺었다.
옛 마산에서 태어난 남문 씨는 학창 시절부터 부친의 선행을 보고 자랐다. 30여 년 전 백 옹이 무학산 자락에 나무로 지은 무허가 판자촌에 연탄이나 라면 등 성품과 장학금을 전달하러 갈 때면 당시 중고교생이던 남문 씨를 항상 대동했다. 남문 씨는 “어린 마음에 생활비를 아껴 기부하는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남을 돕는 행위 자체가 가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사진을 전공하던 대학 시절 자연스럽게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해 예식장 일을 돕기 시작했으나 졸업 후 1993년 서울로 가면서 뜸해졌다. 2014년 고향 창원으로 내려와 코인노래연습장을 운영하며 다시 부친 일을 거들던 중, 지난해 4월 백 옹이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졌다. 2021년 그의 사연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주말에는 매일 4, 5쌍, 평일에도 격일로 예식이 있을 정도로 업무량이 늘어난 게 화근이었다. 백 옹은 구순의 나이에도 1쌍이라도 더 많이 결혼시키고자 강행군을 이어왔다.
남문 씨는 “평소 ‘네가 대를 이어 운영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며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1년간 병상에 머물 때도 의식을 찾으면 예약된 예식이 취소되지 않을지 걱정하셨고 그때마다 제가 잘 운영하고 있다고 안심시켜 드렸다”고 말했다.
남문 씨는 처음 8~9개월은 예식장과 노래연습장 운영을 겸업했다. 그러나 올해 1월 몸무게가 15㎏이나 빠질 정도로 힘에 부치자 노래연습장을 접고 가업을 잇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그는 백 옹의 발인 날에도 무료 예식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부친이 쓰러지기 직전 노래연습장이 호황을 누려 예식장 일을 많이 돕지 못했던 게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고 한다. 예식장 건물을 매각하고 다른 사업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주위 권유를 뿌리치고 험난한 길을 자처한 이유이기도 하다.
남문 씨는 부친에게 물려받은 봉사 정신을 그의 방식으로 펼칠 날을 꿈꾼다. 그는 “돈이 없어 예식을 올리지 못한 50~70대 분들이 많이 찾아 오시는데 결혼 비용이 부담돼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 층도 돕고 싶다”며 “60석 규모의 공간이 좁아 200~300석 되는 큰 공간이 필요하다. 버티는 것도 어려운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먼 훗날의 목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일반 시민도 리마인드 웨딩이나 가족사진 촬영 등을 위해 많이 찾아 주시면 식장 운영은 물론, 이곳을 찾는 분에게도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해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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