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심장 판막 치료 성공사

2023. 10. 1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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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심장 판막 질환은 심한 상태가 아니면 생활습관을 바꾸고 약을 먹으면서 정기적으로 관찰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심해지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판막수술의 역사는 1925년 영국의 외과의사인 수타(Souttar)가 19세의 여자환자에게 좌심방을 통해 손가락을 집어넣어 좁아진 승모판막을 넓히는데 성공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너무 획기적이어서 인정받지 못하다가 미국 필라델피아의 의사인 베일리에 의해 1945년부터 다시 시도되었다. 처음에는 실패했지만 1948년 6월 젊은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성공을 거두게 된다. 다소 원시적인 느낌이 들지만, 고령과 동반 질환 때문에 수술이 곤란한 협착증 환자에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카데터를 삽입한 다음에 협착이 있는 부위에서 풍선을 팽창시켜 넓혀주는 치료와 같은 개념이다.

폐쇄부전일 때는 수술방에서 심장을 열고 판막 주위를 실로 꿰맨 다음 실을 당겨 판막 크기를 줄여주거나 혹은 판막 주변을 링으로 고정시켜주는 판막 성형술이 있다. 하지만 수술 후 효과와 장기 성적에 문제가 있어 잘 사용되지는 않는 편이다.

가장 확실한 치료법은 협착과 폐쇄부전 모두 병든 판막을 제거하고 인공판막을 넣는 판막치환술이다. 판막은 기계 판막과 조직판막으로 나뉘는데 기계판막은 1960년부터 사용되면서 지속적으로 소재를 개선하고 판막의 형태도 꾸준히 개선되면서 초기에 발생했던 부작용의 많은 부분들이 해결됐다. 그러나 혈액이 판막에 달라붙는 혈전의 위험까지는 제거할 수 없어서 강력한 항응고제인 와파린이라는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다. 대신 내구성이 매우 좋아서 와파린을 의사 처방대로 꾸준히 복용하면 평생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반면에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막인 심낭을 소나 돼지에서 채취하여 만든 조직판막은 와파린을 먹지 않아도 혈전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조직판막 역시 꾸준히 발전하여 왔지만 심낭 조직의 한계로 인해 10년 정도 지나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태아 기형을 유발하는 와파린을 피하기 위해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은 일단 조직판막으로 수술한 다음 10년 후에 기계판막으로 다시 수술하기도 한다. 또 고령에 다른 질환을 동반하고 있어 기대 수명이 10년이 안 되는 환자에게는 와파린으로 인한 출혈 위험을 줄이기 위해 조직판막으로 수술하게 된다.

그런데 대동맥판막을 치료하기 위한 TAVI라는 신기술이 등장했다. 가느다란 카데터에 판막을 얹은 상태에서 사타구니의 동맥을 통해 대동맥 판막 위치까지 삽입한 다음 풍선을 부풀러서 인공 대동맥 판막을 고정시키는 매우 새로운 방법이다. 이는 2002년 프랑스에서 알랭 크라이버( Alain Cribier)가 57세의 중증 대동맥 판막협착증 환자에게 세계 최초로 시도해 성공한 이후 널리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처음 도입된 이래 많은 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시술받은 환자 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때 사용되는 판막은 주로 돼지 심낭을 사용하므로 내구연한이 10년 정도 된다. 다행히 기술이 발달하면서 일단 TAVI를 시행했던 환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판막이 손상되면 다시 기존의 판막 안으로 새로운 판막을 안전하게 삽입할 수 있게 됐다.

아직은 초기여서 수술위험이 큰 고령자나 동반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 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비교적 젊은 나이일 때는 10년 단위로 계속 시술하기보다는 수술을 통해 기계판막으로 치환하는 방법이 바람직하다.

승모판막의 경우에 TAVI를 적용하려면 사타구니의 동맥을 통해 삽입한 카데터를 대동맥 판막을 지난 다음 좌심실을 통과하여 승모판막의 위치에서 시술을 해야 하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TAVI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서 승모판막에 대해서도 뒤늦게 시도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비교적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조만간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승모판의 경우 TAVI라는 말 대신 TMVI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여기서 A는 대동맥판막, M은 승모판막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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