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윤 대통령, 채권자에서 채무자로

김충제 2023. 10. 1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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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선거는 정말로 드라마틱했다. 탄핵으로 괴멸된 보수를 재건한 사람은 보수 괴멸에 선봉장이었던 것에 아이러니를 느꼈다. 혹자는 진보진영이 도저히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고 평하였다. 아무리 조국 사태나 집값 폭등이 있었더라도 대장동 사건이 없었다면 지지 않았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이 주장은 우리 정치사를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DJ정권은 일명 홍삼트리오 비리 사건으로 인기가 바닥이었지만 이런저런 이벤트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은 형님게이트로 인해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그때도 이런저런 사건으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여기서 이런저런 사건이란 당시 권력을 가진 여권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단기필마하여 YS나 DJ와 달리 가신그룹이 별로 없다. 지금 주변의 인물로 대통령이 크게 신세진 사람도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권력을 차지하고는 널리 인재를 구했다는 느낌은 별로 없다. 시중에 떠도는 얘기처럼, 친구 또는 친구의 친구를 등용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처음 권력층을 형성한 일원들은 대통령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들이 개국공신인 양 철저히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을 '일원(一圓))의 함정(陷穽)'이라고 칭한다. 이것은 윤 대통령이 당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선거에서 이겼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보수층의 관계에서 윤 대통령이 채권자에 가까웠기에 용인되었다.

하지만 변수는 시간과 경제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하게 한다. 채권자의 권한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채무자로 바뀌고 있다. 왜냐하면 지도자는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권력은 향유만 할 수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끊임없는 지지층의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 없다. 이러한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점점 떠난다. 이것이 세상 사는 순리이다. 또한 아무리 전 정권이 헬리콥터머니를 뿌려 부채를 많이 만들었다고들 하나 달콤한 사탕을 싫어하는 이는 거의 없다. 긴축재정과 은행의 대출상환 요구가 거세지면서 자영업자의 도산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이는 민심이반을 의미한다.

채권자의 권리는 이번 강서구 보선으로 끝났다고 본다. 보수층에서는 이젠 더 이상 대통령에게 빚진 것이 없다고 본다. 대통령이 채권자가 아닌 채무자로 변하는 시점이다. 이러한 시점에서는 미식축구의 스페셜 팀처럼 혁신적인 인사가 필요하다. 미식축구는 한 팀이 11명으로 되어 있는 점은 축구와 같지만 선수들은 축구보다 훨씬 전문화된 포지션 하나만을 맡는다.

게임이 시작되면 야구처럼 공수 구분이 매우 뚜렷하며, 선수 교체도 아주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시간과 인원 제한이 없다. 시합에 출장하는 한 팀은 각각 11명의 공격팀과 수비팀, 그리고 전·후반 시작을 알리는 킥오프, 득점을 올릴 수 있는 필드골 그리고 공격권을 넘겨주는 펀트의 상황 때만 나오는 '스페셜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는 스페셜 팀이 나서야 할 때다. 스페셜 팀은 그 팀에서 제일 유능한 선수로 구성된다. 왜냐하면 게임을 결정짓는 위기의 순간에 운동장에 등장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통령실도, 여권도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내세울 인재는 친분의 관계가 아니라 팀의 최고 능력자를 등판시켜야 할 것이다. 채무자는 실력을 발휘하여 빚을 갚는 것이 제일의 책무이다.

다가오는 총선, 그보다는 국민의 안락한 삶을 위해 헌신할 능력 있는 인재라면 정치적 적이라도 삼고초려해 모셔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인사로 변화의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면 또 다른 괴멸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정치는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회자된 지 오래다. 지금은 과거의 구연은 묻어두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능력 있는 인사를 찾는 일이 최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상근 서강대 부동산학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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