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근위축증 딛고 SF 작가로…'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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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 최의택은 선천성 근위축증을 앓아 지금껏 한 번도 걸어 본 적이 없다.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은 최의택 작가가 자신의 장애 경험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최의택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스티븐 킹의 에세이 '유혹하는 글쓰기'가 너무 읽고 싶어서 종이책을 구매해 아빠에게 전자책을 만들어달라는 '특명'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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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SF 작가 최의택은 선천성 근위축증을 앓아 지금껏 한 번도 걸어 본 적이 없다. 평생 휠체어 위에서 지냈고, 펜을 잡기조차 힘들어지자 고교를 그만둔 뒤 세상과 단절하고서 집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그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글쓰기였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화상 키보드의 자모를 선택하고 왼손에 온 힘을 실어 특수키보드의 스위치를 눌러 한 자 한 자 글을 써나간다. 속도는 최대 분당 50타. 그렇게 10년 넘게 글을 쓰다가 마침내 SF 장편 '슈뢰딩거의 아이들'로 2021년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세상에 다시 나왔다.
'어쩌면 가장 보통의 인간'은 최의택 작가가 자신의 장애 경험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글쓰기뿐만이 아니다. 책 읽기도 글쓰기에 비해선 조금 덜할지 몰라도 그에겐 만만치 않은 일이다.
최의택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스티븐 킹의 에세이 '유혹하는 글쓰기'가 너무 읽고 싶어서 종이책을 구매해 아빠에게 전자책을 만들어달라는 '특명'을 내린다. 아빠는 이 책을 회사로 가져가 쇠를 자르는 기계로 책등을 쳐내고 한 장 한 장을 복합기로 스캔해 매일 수십 페이지씩 아들에게 보낸다. 그러면 최의택은 그걸 모아 방향과 각도를 맞춰 하나의 파일로 합쳐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전자책을 만들어 야금야금 읽는다. 이 책의 전자책이 나오기 전의 얘기다.
저자는 선천적 장애로 오랜 시간 세상과 단절된 경험에서 벗어나 장애를 직시하며 세상으로 나오는 과정을 솔직하게 담아냈다. 특유의 유쾌한 필치로 털어놓은 이야기들 속에서는 저자와 가족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었던 일들의 무게가 느껴진다. 아들이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스티븐 킹 책의 전자책을 만들어 준 건 어쩌면 아빠가 아들을 위해 했을 가장 쉬운 일에 속했을 것이다.
책에는 휠체어를 타고 시상식에 초대받으면 무대의 단차부터 걱정해야 하는 씁쓸함 등 작가의 익숙한 일상의 에피소드들부터, 장애를 소재로 삼은 소설이 장애를 대상화·타자화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윤리적 고민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경험과 생각이 성장기처럼 펼쳐진다.
"엉뚱하고 허튼소리를 잘하는 또라이인 나의 이야기를 통해, 그저 분류로서만 존재하는 당신이 당신의 이름을 찾을 수 있기를, 진짜 당신을 찾을 수 있기를."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 독자들을 위해 적은 말이다.
작가 최의택은 이 에세이를 통해 진짜 자신을 한 뼘은 더 찾은 듯하다.
교양인. 288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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