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한번에 1000명 늘려야” vs “매년 5%씩 점진 확대를”

이지운 기자 2023. 10. 1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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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정부가 19일 현재 3058명인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는 방침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몇 명을 늘릴지 구체적인 규모는 이날 밝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19일 발표에선 기본적인 정원 확대 방향만 발표하고, 증원 규모는 논의를 거쳐 확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300~1000명’ 등 증원 규모가 언급된 뒤 의사단체들이 강경 투쟁을 예고하자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은 크게 우선 연 300~500명을 늘리는 등의 점진적 방안과 1000명 이상을 한 번에 늘리는 급진적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대대수 전문가는 정원 확대에 찬성하면서도 증원 규모와 속도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 “10년 뒤 2만7000명 부족, 특단 조치 필요”

의대 정원을 단기간에 급격히 늘려야 한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서 향후 10년 안에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게 될 것이란 점에 주목한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2035년에는 활동 중인 의사 수가 필요한 인원 대비 2만7232명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의대 신입생이 의사로 활동하려면 졸업 후 인턴, 전공의 수련까지 통상 10년 이상이 걸린다. 하루라도 빨리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의대 정원을 5500명 늘리고 30년간 유지해야 국내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따라잡을 것이란 추계를 내놨다. 김 교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뜻”이라며 “의대 정원을 최소 연 1000명 이상 즉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 해 5%씩 늘리면 2030년 1000명 증원”

반면 점진적인 증원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의대 증원이 시급한 건 맞지만 단기간에 급격히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030년까지 매년 5%씩 늘려 나갈 것을 제안했다. 이 방안대로면 2030년에는 한 해 의대 정원이 지금보다 약 1000명 많은 4098명이 된다. 1000명 증원이라는 목적지는 같지만, 점진적으로 늘려 충격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권 연구위원은 “점진적으로 의사 수를 늘리면 은퇴하는 의사가 증가하는 시점과 맞물려 의사 증원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며 “의대 증원이 대학 입시에 미칠 영향, 이공계 인재 이탈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을 한 번 늘린 뒤 계속 유지하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정원을 다시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늘고 있지만 미래에는 인구 감소에 따라 수요가 차츰 줄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지적을 받아들여 주기적으로 의대 정원을 재평가할 장치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박은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0년간 의대 정원을 4000명으로 늘렸다가 다시 줄인다면 이 기간 입학한 의사들은 ‘버림받은 세대’가 돼 두고두고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의대 교수 1명당 학생 수 1.6명

정부는 이번에 늘리는 의대 정원을 한 해 정원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들에 우선 배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의대를 신설하는 것보다 기존 의대의 정원을 늘리는 게 비용과 시간 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습 위주 교육이 많은 의대 특성상 최소한의 인원이 보장돼야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대의 교수 1명당 학생 수는 평균 1.6명으로 나타났다. 교수당 학생 수는 한 해 정원이 적은 의대일수록 더 낮은 경향을 보였다. 한 해 정원이 40명인 울산대 의대의 경우 전임 교원은 650명인데 학생 수는 240명에 불과해 이 비율이 0.37명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일부 의대는 교수 대비 학생 수가 ‘개인과외’ 수준과 다름없다”며 “의대 정원을 지금 확대해도 늘어난 의대생을 교육하기 위한 역량은 충분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도 미니 의대들의 정원을 확대함으로써 전체 의대 정원을 500명가량 늘릴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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