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직장인 10명 중 4명은 'N잡러'…부업 이유 물어보니

이지현 기자 2023. 10. 1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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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 씨(31)는 얼마 전부터 휴대폰에 붙이는 그립톡을 직접 만들어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평소 취미로 하던 일이었는데, 다니는 회사의 허가를 받아 사업자 등록을 마치고 판매를 시작한 겁니다.

A 씨는 “월급 외에 부수입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라며 “평소 하던 취미생활이기도 해서 부업삼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A 씨처럼 본업 외에 부업을 하는 'N잡러' 직장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시작하기도 하지만, 현재 직장에서의 고용이 불안정해 미래를 대비하는 용도로 부업을 하기도 하죠.

출근하는 직장인들.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 사진. 〈사진=연합뉴스〉

직장인 39.2% “N잡으로 추가 소득 얻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39.2%는 현재 본업 외에 부업으로 추가 소득을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만 19~59세 직장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부업을 하며 추가 소득을 얻고 있는 이유를 물으니 '여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45.9%)'라는 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젊었을 때 남들보다 한 푼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서(27.0%)', '노후 대비를 위해서(25.8%)', '본업으로 얻는 수익만으로 생활이 어려워서(20.4%)'라는 답이 뒤를 이었습니다.

그만큼 경제적인 여유를 위해 N잡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겁니다.

특히 최근에는 급격한 물가 상승 영향으로 부업을 한다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응답자의 86.2%는 '물가 상승 때문에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부수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불안정한 고용 시장…혹시 모를 미래 대비하는 N잡러들



그렇다고 부업을 하는 데 경제적인 이유만 있는 건 아닙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부업을 하기도 하죠.

직장인 B 씨(30)는 최근 진로와 관련한 책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원하던 분야에서 원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본업 외에 부업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겁니다. B 씨는 책을 출간한 뒤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와 관련한 강의를 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B 씨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는 있지만 평생 이 직장을 다니면서 한 가지 일만 계속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서 “회사라는 보호막이 언젠가 사라졌을 때를 대비하고 싶었다”고 부업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B 씨에게 부업은 제2의 적성을 찾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는 “책을 출간하고 강의를 하는 건 꼭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라면서 “단순히 부수입을 얻는 개념으로 부업을 하기보다는 취미생활이자, 자기계발이자 제2의 직업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도 직장인의 절반(55.5%)은 '하나의 직업만 추구하기보다는 다양한 경로의 대안을 생각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런 생각을 하는 20대는 62.8%, 30대는 62.4%로, 젊은 직장인일수록 다양한 직업을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4명은 'N잡'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pixabay〉

“일과 삶의 융합이 중요한 시대…기업들도 변해야”



직장인들의 'N잡러'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다양한 일을 경험해보려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고, N잡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1%는 N잡러에 대해 '그만큼 많은 노력을 한 것이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 'N잡러는 불안정한 미래를 미리 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다'는 답도 82.3%에 달했죠.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한 시대가 바뀌어 지금은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 일과 삶의 융합)의 시대가 됐다”면서 “요즘 젊은 세대들은 '왜 일하는가'를 고민하면서 일이 삶이 되고 삶이 일이 되는 융합을 추구한다”고 했습니다.

일의 의미를 고민하면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전문화하는 게 최근 젊은 직장인들의 특징이라는 겁니다.

김 교수는 “이에 맞춰 기업들도 변해야 한다”면서 “구글이 부업을 허용했고, 일본 은행들도 N잡을 공식적으로 허용한 것처럼 우리나라 기업이나 공공조직도 N잡을 허용해 직원들이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게 바탕이 돼야 조직 내에 새로운 사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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