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이름’ 부른 가수, 끝내 별이 되다… 日‘엔카 전설’ 다니무라 신지 별세
‘겨울번개(冬の稻妻)’ ‘스바루(昴·별의 이름)’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일본 원로 가수 다니무라 신지(谷村新司)가 지난 8일 만 7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전설적인 엔카(일본의 전통 가요) 가수인 그는 ‘가왕’ 조용필, 홍콩의 대표 가수 알란 탐과 함께 동아시아 음악 교류에 앞장선 인물로 평가받는다. 현지 매체들은 “한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부고”라고 애도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아사히·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급성 장염으로 수술을 받은 다니무라는 8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1948년 12월 오사카에서 태어난 그는 중학생 때 “여학생들에게 인기를 얻고 싶다”며 기타를 잡은 것을 계기로 가수의 꿈을 키웠다. 아마추어 록밴드로 활동하던 호리우치 다카오(기타리스트)를 만나 1971년 포크 밴드 ‘앨리스’를 결성했고, 이후 야자와 도오루(드러머)의 합류로 이듬해 정식 데뷔했다. 데뷔곡 ‘달려와라 연인이여’와 1978년 ‘챔피언’ 등이 대중들의 인기를 얻었다.
1980년 솔로 가수로 발표한 노래 ‘스바루’는 수록 앨범 누적 판매량이 60만장을 돌파했다. ‘젊은 날의 방황’을 주제로 한 노래로 다니무라가 직접 작사·작곡했다. 서정적인 가사가 당시 일본 젊은 층 사이 큰 인기를 끌면서 다니무라를 ‘국민 가수’ 반열에 올려놓았다. 아직까지 일본 중장년층 대다수의 노래방 애창곡으로 꼽힌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1978년 일본 국민 아이돌이었던 야마구치 모모에에게 직접 작사·작곡한 ‘좋은 날의 여행’을 선물하는 등 선·후배 가수들과의 교류도 잦았다. 1981년 유명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주제가 ‘모래의 십자가(야시키 다카진 노래)’도 그가 쓴 곡이다. 1993년엔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리는 선발고교야구대회, 이른바 ‘봄 고시엔’ 주제곡 ‘지금 있기에(이마 아리테)’를 작곡했다. 이 노래는 아직까지 매년 봄 고시엔 개회식마다 고등학생 합창단에 의해 울려 퍼진다. ‘아 고시엔, 새싹이 움트기 시작한다’는 후렴구가 야구팬들뿐 아닌 전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다니무라는 음악을 매개로 한 외교 관계 개선의 선구자이기도 했다고 NHK 등은 전했다. 1984년부터 1994년까지 11년간 조용필·알란 탐과 함께 한국·일본·홍콩·싱가포르 등에서 아시아 대표 가수들의 무대인 ‘팍스 뮤지카(Pax Musica·음악을 통한 평화)’를 개최했다. 1987년 서울 공연 땐 세 가수가 조용필의 ‘친구여’를 함께 불렀다. 알란 탐은 1984년 ‘친구여’를 자국어로 번안한 ‘아이짜이션쳐우(爱在深秋·애재심추)’란 곡을 발매하기도 했다.
1994년 조용필이 일본에서 발표한 곡 ‘하나(花·꽃)’는 다니무라가 작사·작곡해 선물한 것이다. 2013년엔 일본에서 ‘엔카의 제왕’으로 불리는 조용필의 일본 공연을 다니무라가 찾아 우정을 과시했다. 당시 조용필은 객석에 있는 그를 직접 소개한 후 26년 전 같이 불렀던 ‘친구여’를 독창했다. 다니무라가 진행했던 NHK 토크쇼 ‘다니무라 신지의 쇼타임’의 2011년 1회 출연자는 조용필이었다.
다니무라는 중국 가수들과도 활발하게 교류했다. 1981년 베이징에서 열린 일·중 교류 콘서트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상하이 엑스포 개막 무대, 2017년 일·중 국교 정상화 45주년 상하이 콘서트 등 수차례 중국 공연을 가졌다. 2002~2003년 중국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땐 직접 모금 활동에 나섰다. 2004년 상하이음악원, 2007년 난징예술학원에 교수로 초빙됐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기자회견에서 “다니무라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의 해양 방류로 양국 관계가 악화한 와중에 중국 정부가 일본 원로 가수 별세 소식에 애도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평가했다. 다니무라의 사망 소식은 웨이보 등 현지 소셜미디어에서도 조회 수 상위권에 올랐고 네티즌들의 추모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다니무라가 속했던 밴드 앨리스는 1972년 활동 개시 이후 약 10년 만에 해체했다가 멤버들이 환갑을 맞이한 2009년 활동을 재개했다. 당시 NHK 대표 연말 가요 프로그램인 홍백가합전에도 출연해 대표곡 ‘챔피언’을 불렀다. 올 6월부턴 일본 전국 투어를 앞두고 있었으나 다니무라의 3월 수술로 연기된 상태였다. 팬들은 다니무라의 회복과 투어 재개를 목놓아 기다리고 있었지만 결국 숨지며 무대에서 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게 됐다고 NHK는 전했다.
다니무라와 함께 밴드 앨리스 멤버였던 호리우치는 그의 별세 소식에 “언젠가 하늘에서 함께 라이브하는 날을 기대한다”고 애도했다. 다른 멤버 야자와는 “모든 사람이 다니무라를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정계에서도 그에 대한 추도문을 보내왔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싱어송라이터로서 일본뿐 아닌 아시아를 대표하는 곡을 쓰며 음악문화 발전에 기여한 다니무라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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