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이 바람에 귀 기울이고 싶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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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갤러리 개인전 오프닝 때 몸 상태가 안 좋아 못 내려왔는데, 가족과 함께 먼 걸음하는 김에 2박 일정을 잡았다. 오랜만의 바닷내음이 좋네."
조현화랑에서는 박서보 화백이 평생을 쏟아온 묘법 연작 25점을 만날 수 있다.
박 화백이 말년 제작한 형형색색의 묘법 작품을 통해 고인이 생의 마지막 나날 느꼈던 가을 바람과 바닷내음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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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 3주 전에도 들러 소감 남겨
“조현갤러리 개인전 오프닝 때 몸 상태가 안 좋아 못 내려왔는데, 가족과 함께 먼 걸음하는 김에 2박 일정을 잡았다. 오랜만의 바닷내음이 좋네.”
“하루 사이 바람의 결이 바뀌었다. 가을인가. 바닷 바위에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도 차가워지고. 내년에도 이 바람에 귀 기울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박서보 화백(1931~2023)이 생전 마지막으로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은 이랬다. 부산 조현화랑 달맞이점과 해운대점에서 열리고 있는 자신의 전시를 보러 지난달 21~23일 부산을 찾았을 때 적은 글이다. 지난 14일 박 화백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조현화랑 개인전은 ‘유작전’이 됐다.
조현화랑에서는 박서보 화백이 평생을 쏟아온 묘법 연작 25점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완성한 작품을 비롯해 세라믹으로 만든 화려한 색감의 묘법 6점, 대형 판화 작품 4점이 포함돼 있다.
2020년을 전후해 그린 ‘후기 연필 묘법’ 작품이 12점 나온 게 눈에 띈다. 수행하듯 연필로 무수히 반복해 선을 그리는 박 화백의 ‘연필 묘법’ 연작은 원래 그의 대표작이자 단색화 초기를 상징하는 작품이었다. 그의 그림 중 최고가 작품도 연필 묘법이다. 1976년작 ‘№ 37-75-76’은 2018년 홍콩 크리스티경매에서 200만달러(약 25억원, 낙찰수수료 포함)에 팔리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1986년 제작을 중단했다가, 최근 다시 연필 묘법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 고인이 생전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고 말했듯, 생의 마지막까지 새로운 변화를 꾀한 것이다.
달맞이점에서는 가로 5.5m, 세로 2.5m의 대형 스크린에 영상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묘법 연작을 재해석한 ‘디지털 묘법’ 작품으로, 고인의 손자인 박지환 작가가 제작한 것이다. 묘법의 강렬한 색감과 입체감 있는 질감을 초고해상도로 확대해 움직임을 준 영상이다.
박 화백은 생전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날로그 시대에 비교적 70년을 성공적으로 산 작가였습니다. 그런데 21세기는 디지털 시대입니다. 21세기를 살아낼 자신이 없어 불안에 떨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색채 묘법’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랬던 ‘아날로그 인간’ 박 화백의 작품은 손자의 작품 속에서 디지털과 하나가 됐다. 손자와 함께 작품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이렇게 썼다. “손자 녀석이 만든 영상. 이 값 비싸게 구는 놈과 같이 내려오니 좋다.”
박 화백이 말년 제작한 형형색색의 묘법 작품을 통해 고인이 생의 마지막 나날 느꼈던 가을 바람과 바닷내음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11월 12일까지 열리기로 했으나, 조현화랑은 전시 기간을 12월 3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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