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궤멸’ 비용 큰데다 ‘과잉보복’ 논란…멈칫한 이스라엘

홍석재 2023. 10. 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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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가자 지상군 투입 왜 늦춰졌나
15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 아슈켈론에서 이스라엘군이 장비를 정비하고 있다. 이날 유엔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100만명 이상이 이재민이 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아슈켈론/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대규모 기습공격에 큰 피해를 본 뒤 ‘보복 전쟁’을 공언한 이스라엘이 열흘이 지나도록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미루고 있다. ‘전면 지원’을 약속한 미국까지 이스라엘을 향해 ‘과잉 보복’ 우려를 쏟아내는데다, ‘하마스 궤멸’이라는 군사 목표 달성도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개시 시점과 관련해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미묘하게 변한 미국의 태도다. 미국은 전면 지원을 약속했던 초기와 달리, 최근엔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과 지상군 투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민간인 피해’와 주변 지역으로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6일(현지시각) “이번 충돌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15일 시비에스(CBS)와의 인터뷰에서 “하마스를 제거해야 한다”면서도 “상당수 팔레스타인인이 하마스 공격과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집트·이스라엘 등으로 급파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중동 도착 직후인 15일 자신이 방문한 목적으로 ‘위기의 확산’과 ‘민간인 희생’ 방지를 꼽았다.

15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흐 국경 통행로’의 모습. 이스라엘은 현재 가자지구 민간인들에게 남부로 대피하라고 경고한 상태다. EPA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미국의 우려를 다시 한번 직접 전달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집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지도자 등과 분쟁 문제뿐 아니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일으키고 있는) 인도주의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유럽연합(EU)은 앞선 10일 이스라엘에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을 지키라’고 요구했고, 유엔도 성명을 내어 “민간인 생필품 공급을 막고, 생명을 위협하는 포위 공격은 국제인도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아예 “이스라엘의 행위가 자위권 행사의 범위를 넘었다”고 대놓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따가운 국제 여론을 무시해가며 지상군을 투입해도 군사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극히 불투명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16일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개회 연설에서 이번 전쟁의 목표를 “하마스를 분쇄하고 이스라엘에 가하는 그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인구 초고밀 도시인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시가전을 벌이면 서로 큰 인명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더 문제는 가자지구 도심 땅 밑에 지하철 통로처럼 연결된 이른바 ‘가자 메트로’(가자 땅굴)다.

가자지구 지하터널은 2005년 이전 접경지역 밀수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던 조악한 수준의 땅굴이었다. 하지만 하마스가 이 지역을 장악한 2007년 이후 급속히 규모를 확장했고, 현재는 가자지구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거대하고 정교한 콘크리트 지하 구조물로 ‘요새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가 이스라엘방위군(IDF) 자료를 이용해 지난 14일 공개한 ‘가자 지하터널 시스템’ 구조도를 보면,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소탕의 핵심 거점으로 보는 북부 2개 도시 전역에 대규모 지하터널망이 촘촘하게 펼쳐져 있다. 남부에도 북부의 3분의 2 규모로 이러한 터널 시스템이 깔렸다. 지하 전쟁 전문가 다프네 리치먼드버락 박사는 “도심 땅굴은 초보적인 땅굴과 다르다”며 “지휘통제센터가 있고 하마스 지도자들이 숨어 있으며, 전기·조명 시설에 철로까지 갖췄다”고 풀이했다. 이스라엘은 2009년과 2014년 두차례 지상군을 투입했지만 하마스를 뿌리 뽑지 못했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6일 텔아비브에서 블링컨 국무장관과 만난 뒤 “긴 전쟁이 될 것이고 비용 또한 클 것”이라면서도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을 위해 우린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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