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52 뜨고 KF-21·F-22도 출격···위용 드러낸 '한미 퍼니셔'
블랙이글스 곡예에 관람객 탄성
美 3대 핵자산 폭격기 B-52 주축
한미 비행사열···굳건한 동맹 과시
尹 "방산, 중요한 국가전략 산업"
행사간 33조 규모 투자·구매 예상
17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서울공항 일대 하늘에서 일순 굉음과 함께 수십 대의 전투기가 하늘을 수놓았다. 국산 초음속훈련기 T-50 8대로 구성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각자 불과 수 m 거리의 좁은 밀집 대형으로 비행에 나선 것이다. 이날 ‘서울 ADEX 2023’ 개막식에 참석한 800여 명의 관중들은 일제히 감탄사를 연발했다. 블랙이글스가 긴 꼬리를 남기며 360도 회전하는 ‘루프 기동’을 선보이는 것을 시작으로 다이아몬드·삼각형·일자형 편대 비행은 물론 비행운으로 하트·태극 모양을 자유자재로 펼칠 때마다 일제히 박수가 터져나왔다. 2개의 편대가 좌우에서 동시에 접근하며 아슬아슬하게 교차하는 장면에서는 관람객들도 함께 숨을 죽이며 바라보다 각종 국제 에어쇼에서 상을 받은 블랙이글스의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블랙이글스는 서울 ADEX 2023 개막을 축하하기 위해 이날 아찔한 곡예비행을 선보였다. 블랙이글스가 등장하기 전에는 한국형 헬기 수리온(KUH-1)과 마린온(MUH-1)이 편대 비행을 하며 위용을 자랑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자체 개발한 KF-21을 선두로 공군 주력 전투기종인 F16·F15K·F35A 등이 차례로 편대비행을 하며 공중 분열을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최근 이스라엘에서 국민들을 신속하게 구출해낸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시그너스)이 미군 전투기와 함께 편대비행해 눈길을 끌었다. 핵심 정보자산 중 하나인 E-737 조기경보기도 모습을 드러냈다.
비행 사열의 대미는 미군의 B-52가 장식했다. 핵무기를 탑재한 채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전략폭격기 B-52는 미국의 3대 핵자산으로 꼽힌다. B-52가 훈련이 아닌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연합훈련을 위해 배치될 때도 미군기지에서만 이착륙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ADEX에서의 시범비행을 위해 국내 공항(청주기지)에서 사상 처음 이착륙했다. 이는 고조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미국이 유사시 핵우산을 신속하게 전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B-52가 함께한 것 자체가 굳건한 한미 동맹을 상징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개막식 축사에서 “이번 서울 ADEX 2023에서는 특별히 미군 전력도 함께하고 있다”며 “피로써 자유민주주의를 굳건히 지켜온 한미 동맹의 압도적인 역량을 모두가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행 사열 선두로 나선 KF-21은 레이더에 잘 탐지되지 않는 ‘세미스텔스’ 전투기여서 유사시 최첨단 스텔스전투기인 F-22와 더불어 대북 폭격 편대를 구성할 ‘유령 전투기’로 평가받는다. 이들 전투기는 북한의 대남·대미 핵도발 시 은밀히 작전 지역에 침투해 적의 지휘부까지도 섬멸시키는 강력한 보복 응징 공격을 가할 수 있다. 그야말로 한미연합의 퍼니셔(punisher·응징자)들이 한자리에 총출동해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과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방위산업은 안보와 경제를 뒷받침하는 ‘국가전략산업’”이라며 K방산 수출 확대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 대통령실 산하에 방위산업 수출을 담당하는 조직을 신설했다”며 “국가안보실이 주도하는 ‘방산수출전략평가회의’를 비롯해 범정부 차원의 방산 수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올해 내내 월평균 1회 이상의 순방 일정을 소화하며 해외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상대국의 상황에 맞춰 방산 수출을 안보 협력 의제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 방산 협력은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교육 훈련, 공동 연구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방위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 우방국들과 안보 협력 체계를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방위산업 첨단화의 중요성도 부각했다. 윤 대통령은 “미래 전장 환경에서 승리의 관건은 우주항공, 인공지능(AI) 기술”이라며 “군 작전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미래 항공 모빌리티 기술 개발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B-52의 활공비행을 끝으로 개막식이 마무리되자 윤 대통령은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등 야외 전시장에 자리한 주력 수출 첨단 무기들을 하나하나 둘러봤다. 이어 실내 전시장으로 이동해 국내 방산 업체들의 위성 기술과 우주항공 기술 관련 전시품들을 돌아봤다. 서울 ADEX 2023에는 34개국, 550개 업체가 참여해 2320개 부스가 마련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57개국, 116개 대표단이 행사 기간 중 ADEX 전시를 관람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약 250억 달러(약 33조 원) 규모의 투자·구매 상담이 진행될 것으로 추정된다.
성남=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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