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호 "알고도 쓰면 가짜뉴스" 전재수 "기자 머릿속까지 들어가야겠네"

조현호 기자 2023. 10. 1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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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문체위 국감] 언론진흥재단 가짜뉴스 피해 신고센터 질타
정부가 가짜뉴스 규정 언론통제 발상 지적에 언론재단 이사장 "동의"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설립 운영 중인 가짜뉴스 피해상담신고센터를 두고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언론진흥재단 본부장이 '가짜뉴스'의 정의를 '기자가 사실관계의 오류를 알면서도 쓴 기사'라고 하자 “그렇다면 기자 머릿속까지 들어가봐야 알겠네”라는 반론이 나왔다. 또한 위원들은 정부기관이 언론의 가짜뉴스를 정의하고 판정하고 팩트체크하는 것 자체가 언론통제라고 비판했다.

남정호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은 17일 오후 속개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 언론진흥재단 국정감사에서 가짜뉴스의 기준을 두고 △진실하지 않아야 하고 △악의적이어야하며 △뉴스의 형태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굉장히 우려스럽다. 악의적인지 악의적이지 않은지 어떻게 판단이 가능하느냐”고 지적하자 남정호 본부장은 “악의적이라는 의도성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전 의원은 “제 개인적으로는 (어떤 기사가) '야 이거 너무 악의적이다'라고 느끼는데 그 기사를 읽는 국민들은 그러지 않을 수가 있다”며 “저희들이 늘상 당하는 (보도에) 악의적이라고 느끼지만 해당 기자에게 전화하거나 언론사에 전화해서 항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언론자유, 표현의 자유가 있고, 저희는 공적으로 감시 대상이기 때문에 개인적 억울함은 그냥 참고 넘어간다”며 “너무 주관적인 거 아니냐”고 따졌다.

남정호 본부장은 “맞는다”면서도 “악의적이라는 것은 기자가 사실관계가 틀리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썼을 경우”라고 설명했다. 전재수 의원은 그럼 “그 기사를 쓴 그 기자의 머릿속에 들어가 봐야 알겠네요”라고 반문했다. 남 본부장이 “의견일 경우에는 그 사실관계가 아니기 때문에”라고 답하자 전 의원은 “그러니까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조차도 우리가 사회적으로 합의가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후 속개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 한국언론재단 국정감사에서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언론재단 남정호 미디어본부장을 상대로 가짜뉴스를 판별하려면 기자 머릿속까지 들어가야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전 의원은 이어 “전반적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서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나 언론사에 기존에 봐 왔던 것 이상으로 과민 반응을 하고 과잉 대응하고 언론사 압수수색이 편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그런 현실을 볼 때 가짜뉴스피해 신고센터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남 본부장은 “가짜뉴스 피해 상담 및 안내센터는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어떻게 구제를 받을지 모르는 사람들을 안내”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재수 의원은 “언론진흥재단이 언제부터 그렇게 친절해졌느냐”며 “언론중재위원회가 있는데 굳이 가짜뉴스센터까지 설치해서 이런 걸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전 의원이 그렇다면 '후쿠시마 오염수가 가짜뉴스냐, 해당 보도들이 가짜뉴스냐'고 질의하자 남 본부장은 “그것은 제가 가짜뉴스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다양한 견해가 있기 때문에”라고 했다. 이에 전 의원은 “우리 인류가 이룩한 과학적 성취라는 것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라며 “과학의 본질은 질문하는 거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해서 믿으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고 종교의 영역”이라고 비판했다. 1987년 4월에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의 경우 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체르노빌 인근 30km까지는 사람들의 출입 금지 구역이고, 그 원전 사고의 영향이 인체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지금도 연구 중이라고 소개했다. 전 의원은 “그런데 지금 삼중수소 없다면서 안전하다고 태평양 바다에 버린다는데, (의문제기를) 가짜뉴스라면서 과학과 종교를 굉장히 혼동하고 있고, 언론진흥재단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남정호 본부장이 지금까지 실적이 51건이라고 하자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구분을 하다 보면 굉장히 추상적인 기준이어서 그걸 가지고 구체적으로 기준 적용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가짜뉴스로 선정한 10가지를 들어 '후쿠시마 오염수가 가짜인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오염됐다는 게 가짜인가'라는 이 의원 질의에 남정호 본부장은 “여러 가지 이론이 있습니다만”이라고 답했다. 이개호 의원은 “그렇죠 이론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오후 속개된 국회 문체위 소관 언론진흥재단 국정감사에서 표완수 이사장을 상대로 정부기관이 자신들의 잣대로 가짜뉴스 팩트 체크를 하고 낙인찍는 것은 언론통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이 의원은 “가짜와 진짜의 구분이라는 게 그걸 명확히 단정하기가 어려운데, 이걸 지금 가짜뉴스센터를 만들어 가지고 업무를 추진하는 것을 과연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어떤 경우든지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기준이 추상적인 여러 가지 기준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 정책에 반하냐 반하지 않느냐를 가지고 가짜냐 진짜냐를 판별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고 비판했다. 남 본부장은 “참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저희가”라고 추가 반론을 하려 하자 이개호 의원은 “지당하면 그대로 하라”, “토달지 마시고 그냥 그대로 하시면 된다”고 했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가짜뉴스를 문제 삼아서 연일 팩트 체크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민간에서의 팩트체크 서비스는 폐지해라라는 압박을 가하는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정부 정책에 관해 설명을 할 수 있어도 정부 잣대로 팩트 체크를 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가짜뉴스로 낙인찍는 것은 언론 통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표완수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예 동의한다”고 답했다. '정권이 방송사의 특정 기사에 대해서 검열하고 조사하는 것은 주로 공산 전체주의 국가가 하는 방식이죠'라는 질의에도 표 이사장은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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