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마켓컬리 위탁 배송기사,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새벽배송 전문업체 컬리의 배송자회사 ‘컬리 넥스트마일’과 화물운송 위탁계약을 맺은 기사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7월20일 배송기사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컬리 넥스트마일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서 산업재해보상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2020년 12월22일 새벽 4시15분쯤 담당 배송지역인 인천 서구에서 배송을 위해 차량을 운전하다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골절 진단을 받은 A씨는 “업무상 재해를 당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3월 A씨가 별도 사업자 등록을 하고 컬리 넥스트마일과 화물운송 위탁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산재보험 적용 대상인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도 산재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택배원)로 인정되면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는 산재보험법에서 정한 집화 과정이 없고, 수도권과 지방 등 물류 수송과정 없이 소비자의 물품 주문 시 화주의 요구에 따라 판매물품의 운송과정만 있다는 점이 확인돼 (산재보험법) 시행령상 택배사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A씨가 산재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는 이 불승인에 불복해 근로복지공단에 심사청구를 했지만 기각됐고 지난해 9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과 달리 A씨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고 봤다. 재판부는 “컬리 넥스트마일은 A씨 등 배송기사에게 화물의 상차부터 배송 완료 시까지 모든 업무 과정을 애플리케이션(앱)에 입력하게 해 화물 운송과정을 언제든지 파악할 수 있었던 점, SNS 조별 공지방을 통해 배송기사에게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지시한 점 등을 보면 컬리 넥스트마일이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A씨는 고정급(운송료, 원거리 지원금)이 정해져 있고, 인센티브와 특별근무수당의 경우 보수 지급 방법이 세부적, 산술적으로 정해져 있어 그 대가가 일의 결과라기보다는 근로 제공 자체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는 화물배송업무를 하는 컬리 넥스트마일의 다른 근로자인 직접고용 배송기사와 본질적으로 같은 업무를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근로복지공단이 1심 판결을 수용하지 않아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전국택배노조는 지난 13일 새벽배송 중 숨진 쿠팡 퀵플렉스 기사 B씨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B씨는 형식적으로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와 위탁계약을 맺은 배송업체로부터 재하청을 받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이번 판결처럼 B씨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로 판단될 경우 원청인 CLS는 중대재해처벌법상 하청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지게 된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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