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부족·지방의료 공백 … 연령·이념·성별 불문 "의사 늘려라"

강민호 기자(minhokang@mk.co.kr),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3. 10. 1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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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넥스트리서치 '의대정원 확대' 긴급 설문조사
흉부외과·산부인과 등 인력난
대학병원 전공의 못구해 허덕
"의료수가 인상돼야 해결" 58%
지역 응급실 가도 의사 못만나
서울 대형병원에 응급차 긴줄
"지역의사제 도입 병행" 84%

◆ 의대정원 골든타임 ◆

17일 오전 9시께 서울 SRT(수서발 고속열차) 수서역에서 내리는 승객 대다수가 정류장에 대기 중이던 인근 대형병원 셔틀버스에 올라탔다. 당뇨 정기검진을 받기 위해 매달 한 번씩 전남 순천에서 서울로 온다는 박 모씨(65)는 "지방에도 병원이 있지만 주변 사람 대부분이 기차를 타고 큰 병원을 다닌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구로구 우리아이들병원 앞에는 아침 7시부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환절기라 어린이 감기 환자가 폭증해 최근 대기줄이 더 길어졌다. 경기 광명에서 왔다는 김 모씨(39)는 "진료는 오전 9시에 시작하지만 일찍 아이 진료를 보고 늦게라도 출근하려면 새벽에 나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아침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앞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응급차 여러 대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응급차를 운전하는 A씨는 "지역 병원 응급실을 가도 의사가 없을 때가 많아 웬만하면 서울로 온다"고 말했다.

평범한 시민들이 매일매일 체험하는 우리나라 의료 현실이다. 매일경제가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는 이처럼 시민들이 일상에서 직접 체험하며 갖게 된 의료 현실에 대한 생각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대부분의 이슈에 대한 의견이 이념, 지역, 남녀에 따라 양분되는 대한민국 현실과 달리 의대 정원 확대에는 70% 이상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투표 성향에서 늘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40대와 70대 이상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에는 각각 70.3%, 76.4%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의대 정원 확대를 찬성하는 이유와 관련해 '소아과 등 필수 의료 과목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 응답자가 41.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지방 의료 공백이 심각하기 때문'이 36.2%였고, 22.1%는 '고령화에 따라 앞으로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문제는 갈수록 인기 과목 쏠림현상과 필수과목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정원 현황'에 따르면 전국 대학병원 50곳 가운데 38곳(76%)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한 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흉부외과 역시 정원 대비 확보율이 49.1%에 그쳤고 외과 65.2%, 산부인과 74.8%였다. 반면 소위 인기 과로 분류되는 피부과·안과·성형외과는 모두 정원 100%를 채웠다. 입시생은 의대로만 몰리고, 다시 의대생은 피부과·안과·성형외과로 몰리고, 의사들은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쏠림의 연쇄 사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대 정원 확대와 더불어 제도적 개혁이 요구된다.

증원된 의대 정원을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게 하는 '지역의사제도' 도입에는 84.3%가 찬성했다. 반대 의견은 5.1%에 그쳤다. 지역의사의 의무 복무 기간은 △3년 미만 26.1% △3~5년 49.4% △5~10년 17.7% △10년 이상 6.8%의 응답률을 보였다.

필수 의료 공백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절감하는 문제였다. 정원 확대에 반대한다고 답한 사람 중 61.6%는 '의대 정원이 확대되더라도 필수 의료 부문 인력난은 지속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단순히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고, 의료 수가 조정을 포함한 다른 정책 수단이 동원돼야 한다는 얘기다. 매일경제 여론조사에서는 '필수 진료 분야 수가 인상'에 찬성하는 여론이 57.9%로, 반대(25.8%)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의료 수가 조정은 현장 의료인도 원하는 과제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전국 산부인과 중 82%는 분만 수가를 청구하지 않았다. 82%의 산부인과에서 분만이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분만 수가가 낮아 산부인과에서 분만 자체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산부인과 전문의)은 "분만 수가가 55만원인데, 아이를 하나 받으려면 최소 3명은 있어야 한다"며 "이런 고질적 저수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의에서 "인력 재배치, 필수 의료 수가 인상, 의료 사고 부담 완화 등 의료계의 정책 제안 역시 정부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강민호 기자 /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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