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AI 신약 개발 배틀로 만나다
여성 댄스 크루들의 현란한 춤 솜씨에 관객들이 열광한다. 역동적인 몸놀림에 칼군무가 이어지면 현장 분위기는 절정에 달한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댄스 배틀 방송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다. 시청자들은 댄서들의 파워풀하고 짜임새 있는 춤선에 열광하고, 치열한 서바이벌 경쟁 속에서 갈등과 한계를 극복하려는 참가자들의 열정과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최근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도 배틀이 진행되고 있다. '2023 신약개발 AI 챌린지, JUMP AI'라는 명칭을 내건 경진대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3개 기관이 올해 처음 손잡고 마련했다. 경진대회 형식을 빌려 기업들과 과학도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취지에서다.
참가자들은 주최 측에서 4000종의 화합물 데이터를 제공받아 대사 안정성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경쟁을 하게 된다. 처음으로 개최된 터라 참여가 저조하지 않을까 주최협회장으로서 걱정이 많았는데, 예상을 깨고 1456명, 1254개 팀이 참여해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대사안정성은 약물이 인체 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남아 있는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신약 후보물질 최적화에 필수적인 요소다. 실험을 통해 측정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지만 AI를 활용하면 빠르고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 그 노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회 참가자들은 AI 모델을 통해 약물의 대사안정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는지를 겨루게 되며, 엄정한 심사를 거쳐 23일쯤 수상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추격자다. 후발 주자가 격차를 좁혀 선두 그룹에 진입하기 위해선 몇 배의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기존 방식과는 다른 혁신적 변화와 수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협회는 AI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정부 지원을 받아 AI신약개발 교육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1400명이 넘는 교육생을 배출하는 등 신약 개발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 같은 상황 인식에서다.
AI와 신약 개발의 융합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우리나라는 AI 성능 향상에 필요한 양질의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AI 역량은 세계 6위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 데이터를 산업계와 학계가 활용하는 정도는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계와 공공기관이 손잡고 마련한 신약개발 AI 경진대회는 데이터 가치를 높이고, 공공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경진대회 참가자들도 시행착오를 겪고 때로는 미로를 헤매며 한계를 느꼈을 수도 있을 터다. 그럼에도 벽을 뛰어넘고, 새 길을 열어보겠다는 열정으로 성공적인 예측 모델들을 도출해내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계 역시 도전과 혁신의 길에 들어서 있다. 험로임을 알고서도 말이다. 신약 개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여정에 동참한 인재들의 열정에 응원을 부탁드린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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