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계 또 ‘페미 검증’…공모 당선작 게임 구현 취소
가디언 테일즈 쪽, 당선 발표 7시간만에 “변경하겠다”
지난 7월 ‘림버스 컴퍼니’의 ‘페미’ 작가 사상검증과 유사
모바일 게임 ‘가디언 테일즈’의 코스튬(게임 내 캐릭터 의상) 공모전 당선작의 작가가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일부 유저들이 항의하자, 게임 운영사가 “당선작을 게임에 구현하겠다”는 말을 번복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게임업계에서 또다시 ‘페미 사상 검증’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가디언 테일즈의 카페와 커뮤니티 등을 보면, 가디언 테일즈의 국내 배급사인 카카오게임즈와 제작사 콩스튜디오는 지난달 27일 게임 내 캐릭터들의 의상 디자인 공모전에서 1등을 한 ㄱ씨의 작품을 게임에 반영하겠다고 했다가 “기존에 당첨자 발표 공지로 안내해 드린 ‘인 게임 구현’ 예정 작품은 다른 작품으로 변경하여 구현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바꾼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8월24일부터 ‘기사님만의 개성이 가득한 코스튬을 디자인해 주세요!’ 공모전을 개최해 이날 오후 4시께 게임 이용자들의 투표로 당선된 ㄱ씨의 작품 등 상위 5명의 작품을 게임에 구현하겠다고 밝혔다가, 7시간 만에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카카오게임즈 등이 결정을 번복한 것은 당선작이 발표된 직후 가디언 테일즈 일부 이용자들이 ㄱ씨의 에스엔에스(SNS) 계정을 뒤져 “ㄱ씨가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항의하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이용자들은 당시 ㄱ씨가 앞서 에스엔에스에 ‘페미 검증’ 논란이 일었던 게임 ‘림버스 컴퍼니’의 일러스트레이터 해고 사건과 관련한 게시물을 비롯해 여성인권과 관련된 주장을 올린 것을 문제 삼아 가디언 테일즈 공식 카페 건의사항 게시판 등에 “페미 논란 있는 유저(의) 공모전 수상은 빼는 게 맞는 듯”, “이번 코스튬 공모 전 당선작에 민감한 사항이 있어서 구현을 철회해주셨으면 합니다” 등의 글을 올렸다.
카카오게임즈 등은 “기사님(게임 이용자)들께 즐거움을 드릴 목적으로 개최된 이벤트였기에 관련된 문제로 인하여 여러 기사님들께서 인 게임에 구현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시고, 오히려 불편함을 느끼시게 하는 것은 본래 진행 의도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여러 기사님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회사 쪽은 이 과정에서 당선작의 게임 구현 취소 사실을 ㄱ씨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ㄱ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이 사실을) 에스엔에스를 보고 알았다”며 “저에게 직접 말하기 무서웠냐”고 따졌다. 그는 17일에도 “(게임 구현 취소) 통보라도 받았으면 말을 안하지”라며 “(카카오게임즈 등이) 아직까지도 저에겐 아무 말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번 일은 지난 7월 림버스 컴퍼니의 개발사 ‘프로젝트 문’의 일러스트레이터가 페미 사상 검증을 당한 끝에 계약이 종료된 사건을 상기시키며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일부 게임 이용자들이 프로젝트 문의 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과거 페미니즘 관련 게시물을 올렸다는 이유로 게임에 ‘별점 테러’를 하는 등 항의하자, 프로젝트 문이 일러스트레이터에게 해고 통보를 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의 일부 이용자들이 결성한 ‘피엠(PM·프로젝트 문)유저협회’는 지난 16일 ㄱ씨에 대한 연대 입장문을 내어 “(가디언 테일즈는) 편향된 이야기만 신뢰한 채 해명이나 별도의 확인 없이 구현 작품을 교체한 것을 수상자에게 사과하라”며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당사자에 대한 괴롭힘과 2차 가해를 중단할 것을 게시하라”고 요구했다.
카카오게임즈 쪽은 공모작의 게임 구현 취소가 “젠더 이슈와 전혀 무관한 결정”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용자분들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마련한 공모전인 만큼 내용 여부와 관계없이 불편함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킬 수 있는 작품은 행사 취지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인 게임에 구현하는 작품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공모전 공지에도 써있다”고 설명했다. ㄱ씨에게 게임 구현 취소 통보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저희가 이용자들과 소통하는 창구는 (공식 카페) 공지글”이라고 말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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