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탈출로' 확보할까…이·하마스 확전 최대 분수령
'40년 지기' 네타냐후와 회동
美 중동외교 주도권 되찾고
국내 정치갈등 봉합도 노려
블링컨 9시간 마라톤회의 끝에
가자지구 인도주의 지원 합의
"지상전 준비 안한다"면서도
미군 2000명 중동배치 준비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미국 내 정치와 외교 능력에 관한 시험대에 올랐다.
어느덧 600일을 넘어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중동까지 지원해야 하는 부담 속에서 미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해야 하는 숙제마저 떠안았다. 이스라엘은 미국 만류에도 불구하고 가자지구 지상전 초읽기에 들어갔으며, 이집트는 미국 설득에도 인도적 출구를 열지 않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5일간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을 돌면서 중동 맹주들을 만났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실정이다. 18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과 요르단 방문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블링컨 국무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 전시 내각과 9시간에 걸친 협상 끝에 18일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할 것이라고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서는 네타냐후 총리 등 전시 내각을 만난 뒤 요르단으로 이동해 요르단, 이집트, 팔레스타인 주요 수장들과 회동할 방침이다. 1982년 미 워싱턴DC에 위치한 주미이스라엘 대사관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네타냐후 총리는 당시 상원 의원이었던 바이든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40년 지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강조하겠지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대량 인명 피해와 확전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할 계획이다. 인도주의적 구호물품 전달과 이집트 연계를 통한 가자지구 내 인질 구출, 미국인과 외국인 출구 확보도 관건이다.
이날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하마스가 생포한 인질은 최대 250명에 달한다. 기존 155명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로, 이들의 생환 여부가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하마스 지도부가 있는 카타르 도하를 방문해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소득 없이 이스라엘로 돌아온 상태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가자지구 내 인도적 지원에는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계획과 핵심이 되는 이집트 측은 여전히 묵묵부답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상전을 앞둔 가자지구 내에는 500~600명에 달하는 미국인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가자지구 라파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에 인도적 출구 개방을 강조하는 이유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민간인을 안전지대로 옮긴 뒤 하마스를 축출한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하마스는 물론 이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에서 최소 수준의 협조가 없으면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민간인의 안전한 대피 문제도 포함되며, 특히 현재 가자지구에 머물고 있는 수백 명의 미국인(석방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상전 반대 의견을 내면서도 바이든 대통령 방문에 맞춰 중동 일대 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군 당국자를 인용해 현재 미 해군 4000명 이상이 이스라엘 연안 미군 함대에 합류할 예정이며, 세 번째 항공모함 전단이 이스라엘로 이동하기 위해 지중해에 있다고 보도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중동과 유럽 병력 2000명이 차출돼 이스라엘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미국이 어떠한 상황에서 군 병력을 배치할지 불분명하다"면서도 "미 국방부 결정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전을 개시하면 이스라엘군을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의 아부 오바이다 대변인은 같은 날 TV를 통해 방송한 성명에서 "우리 국민을 상대로 지상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점령자(이스라엘)의 위협은 두렵지 않으며,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이슬람 세력과 연대한 선제적 조치를 언급하기도 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16일 자국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저항전선'이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 정권(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하도록 선제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며 이란 대리인인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모든 옵션과 시나리오를 논의하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혐오 범죄가 일어나는 등 국내 정치 단속에도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내에서 6세 이슬람 소년이 살해됐고, 벨기에에서는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자처한 범인이 스웨덴인 2명을 피격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를 기회 삼아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재집권하면) 가자지구에서 오는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무슬림 이민 신청자들을 상대로 엄격한 '이념적 심사'를 실시해 하마스나 이슬람 극단주의를 지지하는 이들에 대해선 이민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반이민 정서에 기대 지지층을 확대하겠다는 포석이다. 한편 전쟁 11일 차를 맞은 17일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는 약 42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서울 진영태 기자 /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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