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고금리 3년차
뭐, 1년 정도야 견딜 만하다. 지난 2~3년 호황 때 벌어놓은 돈이 있고 자산 가격도 큰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늘어나긴 했지만, 크게 체감은 안 된다. 어라? 2년 차가 되니 조금씩 버거워진다. 이자를 더 낸 만큼 쓸 돈은 줄어드는데, 올라간 물가는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비를 줄여야지' 생각은 하지만 갑자기 허리띠를 졸라매기가 쉬운가. 대출받아 마련한 집값은 서서히 떨어지고, 출렁이는 주식·가상화폐 시장을 기웃거리다 쌈짓돈마저 털리고 만다.
'고금리 3년 차'가 두 달 남짓 남았다. 금리 10%가 훌쩍 넘던 시절에도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지만, 너무 오래 저금리 시절을 살아온 터라 피로감이 만만치 않다. 더는 대출 나올 곳도 없는데 이자를 내고 나면 쓸 수 있는 돈은 '0원', 빚을 갚기는커녕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견디다 못한 한계 채무자들이 무너지면서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것도 바로 이때다.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448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들의 대출 잔액은 572조4000억원, 평균 1억2785만원꼴이다. 금리가 더 오르지는 않더라도 고금리 상태는 한동안 유지될 텐데, 이런 한계 차주들이 스스로 해결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체력도 한계에 다다랐고, 이는 고스란히 금융기관 부실과 정부 부담으로 전이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러시아·우크라이나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진 지금도 금리 동결에 따른 낙관론이 고개를 들지만 '소비력'이 확연히 꺾였다는 지표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한계 채무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출구전략'을 만들어주고, 가계는 온 가족이 모여 '2024 긴축전략'을 짜야 할 것 같다. 고금리 3년 차의 충격이 벌써 두렵지만, 이런 긴축은 통상 길게 지속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때까지 절제하고 자중하며 잘 버텨야 한다.
[신찬옥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55km 구간서 90km 달렸다고…‘속도 위반’ 벌금이 19억원? - 매일경제
- “남자와 데이트 30분에 35만원”…‘홍대 지뢰녀’의 충격적 실체 - 매일경제
- “진짜 눈물 나겠다”…4천원짜리 인공눈물, 내년부턴 4만원으로 - 매일경제
- 서울대 대학원도 입학 취소되나…베트남 여행간 조민에 무슨일이 - 매일경제
- 주말에 예약이 꽉 찰 정도...‘똥’ 향한 집념에 생긴 이곳 - 매일경제
- [단독] K-건설 돕는 ‘혈세’ 620억 쓰고…수주는 2건뿐 - 매일경제
- 피프티피프티 키나, 홀로 전속계약 소송 항고 취하 - 매일경제
- 오늘의 운세 2023년 10월 17일 火(음력 9월 3일) - 매일경제
- 한국에 ‘노아의 방주’ 온다…성경 기록 그대로 길이 125m, 운반·설치에만 70억 - 매일경제
- 구단 최초 외부 영입→그동안 걷지 않은 길 걷는다…LG 원클럽맨과 손잡은 삼성, 99688378 잔혹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