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고금리 3년차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3. 10. 17. 17: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뭐, 1년 정도야 견딜 만하다. 지난 2~3년 호황 때 벌어놓은 돈이 있고 자산 가격도 큰 변동이 없기 때문이다. 매달 내야 하는 이자가 늘어나긴 했지만, 크게 체감은 안 된다. 어라? 2년 차가 되니 조금씩 버거워진다. 이자를 더 낸 만큼 쓸 돈은 줄어드는데, 올라간 물가는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비를 줄여야지' 생각은 하지만 갑자기 허리띠를 졸라매기가 쉬운가. 대출받아 마련한 집값은 서서히 떨어지고, 출렁이는 주식·가상화폐 시장을 기웃거리다 쌈짓돈마저 털리고 만다.

'고금리 3년 차'가 두 달 남짓 남았다. 금리 10%가 훌쩍 넘던 시절에도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지만, 너무 오래 저금리 시절을 살아온 터라 피로감이 만만치 않다. 더는 대출 나올 곳도 없는데 이자를 내고 나면 쓸 수 있는 돈은 '0원', 빚을 갚기는커녕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견디다 못한 한계 채무자들이 무너지면서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것도 바로 이때다.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448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들의 대출 잔액은 572조4000억원, 평균 1억2785만원꼴이다. 금리가 더 오르지는 않더라도 고금리 상태는 한동안 유지될 텐데, 이런 한계 차주들이 스스로 해결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체력도 한계에 다다랐고, 이는 고스란히 금융기관 부실과 정부 부담으로 전이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러시아·우크라이나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진 지금도 금리 동결에 따른 낙관론이 고개를 들지만 '소비력'이 확연히 꺾였다는 지표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한계 채무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출구전략'을 만들어주고, 가계는 온 가족이 모여 '2024 긴축전략'을 짜야 할 것 같다. 고금리 3년 차의 충격이 벌써 두렵지만, 이런 긴축은 통상 길게 지속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때까지 절제하고 자중하며 잘 버텨야 한다.

[신찬옥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