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위기의 美 중동전략
근본해결 안되면 평화 없어
이스라엘, 이란 배후설 강조
아랍권에 확전 여부 달려
장기화땐 美 중동정책 위기
'미국견제' 中·러 연대 강화
뿌리 깊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점차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7일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자 이스라엘은 무차별 공습을 단행하면서 지상군 투입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무력 충돌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 엄청난 결과나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동과 세계의 정치지형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시점에서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는 왜 이스라엘을 공격했을까? 그들은 이번 공격을 '알 아크사 홍수' 작전이라고 부른다.
예루살렘 구시가지에 위치한 알 아크사 모스크는 1994년 체결된 이스라엘·요르단 평화협정에 따라 요르단이 관리하고 있다. 유대인들에게는 이곳 경내에서 기도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지만 이스라엘의 극우 정치인들과 단체들이 집단 방문하면서 지속적으로 갈등과 충돌이 발생했다. 하마스는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을 통해 집권하며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곳을 '세계 최대의 지붕 없는 감옥'으로 불릴 정도로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는데, 심지어 식량, 물, 에너지 공급을 통제하면서 이곳 주민들의 삶은 상상 이상으로 열악하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에서 아랍의 대의를 상징했던 팔레스타인 문제가 국제사회의 무관심과 아랍 세계의 외면 속에서 점차 잊혀 갔다. 이번 무력 충돌로 인해 가자지구는 철저히 파괴돼 유령도시로 변할 것이며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 없이 중동 평화는 없다'는 역사적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이번 무력 충돌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 명확하진 않지만 향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첫째,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는 하마스 제거에서 지상군 투입을 명분으로 강제 이주를 추진하면서 가자지구의 재점령으로 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중동을 변화시키겠다"면서 확전 가능성도 암시하고 있다. 일부 서방 언론들에서는 구체적인 물증 없이 이란 배후설과 이란·헤즈볼라 연계설이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 배후설을 부각시켜 국내 정치 혼란으로 야기된 정보력과 방어망 실패에 대한 책임을 외부로 전가하고 아랍 세계에 이란의 위협성을 강조하려는 정치적인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의 성패는 이란과 헤즈볼라의 대응 및 아랍 세계의 반응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둘째, 미국의 중동 정책은 위기에 직면했고 향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중동의 정치지형을 재편하려고 했다.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은 아랍 4개국과 단계적으로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했고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정상화 논의가 있었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10일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지지를 선언하면서 모든 논의를 중단했고, 11일 아랍 외무장관들은 즉각적인 전쟁 중단과 평화 프로세스 부활을 촉구했다.
반면에 중국과 러시아는 이란·사우디 화해,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 등 외교 중재와 경제협력을 통해 중동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이번 전쟁이 장기화되면 미국 견제를 위한 중·러 연대가 더욱 강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분쟁은 종교, 민족 등 다양한 요인이 결합돼 있지만, 그 본질은 영토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더 이상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과 해법이 필요하다.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학과 교수, 중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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