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항동철길·서달산길··· 서울의 숨은 단풍명소, 의외로 많다
서울이 단풍으로 물들고 있다. 산림청의 ‘가을 단풍 예측 지도’에 따르면 올해 단풍 절정 시기는 10월 하순부터 11월 초로 예상된다. 기다림은 오래지만 절경(絕景)은 길어야 2주 남짓. 그윽한 가을 정취를 품었으나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서울의 단풍 명소를 소개한다.
◇ 서울의 숨은 단풍 명소들
북한산 등에 비해 덜 알려진 도봉구 도봉산은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단풍이 산 전체를 수놓는다. 특히 망월사 가는 코스가 단풍 산행으로 좋다. 망월사에서 주변을 바라보면 산자락을 따라 가득한 단풍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걷기 좋은 산책로도 많다. 동대문구 회기로 가을단풍길은 경희대에서 홍릉시험림까지 약 1.2km 산책로다. 근처 세종대왕기념관, 영휘원·숭인원까지 아름다운 단풍이 이어져 가을 분위기에 흠뻑 빠질 수 있다.
구로구 항동철길도 숨은 단풍 명소다. 낡은 철길을 따라가다 보면 좌우로 코스모스와 단풍이 수줍은 자태를 드러낸다. 1년에 몇 차례 화물 열차가 다니지만 정기 열차는 중단된 지 오래돼 사실상 폐선로에 가깝다.
동작구 서달산길엔 단풍이 아름다운 복자기나무길이 조성돼 있다. 인근에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피톤치드 체험장과 자연 생태 학습장인 숲속유치원이 있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에도 적합하다.
벛꽃 성지로 유명한 광진구 워커힐로는 가을이면 단풍나무 길로 변신한다. 도로변을 붉게 물들이는 가로수는 동화 속 풍경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대학 캠퍼스 중에도 단풍 명소가 있다. 종로구 성균관대 명륜당에는 무려 400살로 추정되는 은행나무가 있다. 마치 노란 병풍처럼 한옥을 껴안은 은행나무의 모습이 아름다워 학생들 사이에서는 최고 ‘포토존’으로 꼽힌다. 이밖에 서울시립대와 이화여대 등도 단풍이 아름다운 캠퍼스다.
◇ 공원 따라 물길 따라 단풍 산책
서초구 양재천 인근에 조성된 매헌시민의숲은 국내 최초로 숲 개념을 담은 공원이다. 맑은 양재천을 따라 이어진 단풍 숲을 거닐다 보면 ‘힐링’하는 느낌이 들 정도. 시민의숲 바로 옆에 있는 서초문화예술공원은 높이 솟은 메타세쿼이아 길로 유명하다. 길 한가운데서 위를 올려다보면 마치 노을이 진 듯 하늘을 가린 단풍이 장관을 이룬다.
양천구 서서울호수공원도 호숫가 주위에 핀 붉은 ‘화살나무’ 단풍이 호수 풍광과 어우러지는 단풍 명소다. 비행기가 자주 지나가는 건 단점이나, 소음이 일정 데시벨을 넘어서면 작동하는 소리 분수가 아쉬움을 달래준다.
물길을 따라 단풍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도 여럿이다. 성동구와 광진구에 걸쳐 이어진 송정제방길에선 하천 경관과 함께 갖가지 색깔의 단풍을 볼 수 있다. 강북구 우이천변제방길 역시 한적한 도로변에 각종 수목과 버즘나무 가로수 등이 조화를 이뤄 단풍 성지라 부른다. 성동구 살곶이길에는청계천을 따라 중랑천까지 이르는 제방은 억새풀이, 보행로에선 노란 은행나무 단풍이 가을철 보행객을 맞이한다.
◇ 동네 골목골목 펼쳐진 단풍길
아파트 단지나 학교 인근 등 동네 곳곳에도 단풍길이 있다.
양천구 목동 아파트 밀집 지역 내 있는 목동9단지 사잇길은 터널형으로 조성된 느티나무 가로수 단풍이 아름답다. 성동구 매봉길은 지하철 3호선 금호역 인근 대단지 아파트 뒷길로, 차량 통행이 적어 응봉근린공원 산책로와 함께 걷기 좋은 길로 꼽힌다.
강북구 인수봉로와 도봉구 해등로 등은 주택가 주변이라 여유롭게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은평구 백련산로에는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진 중국단풍나무 가로수길이 조성돼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강서구 동양초교는 이면도로 양쪽에 은행나무, 단풍나무 및 느티나무가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풍성하다. 구로구 구일중 앞 역시 단풍으로 이뤄진 수목 터널이 눈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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