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악취···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쓰이는 까닭은
강남구는 수나무로 교체 진행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쓰는 이유는 뭘까? 노란잎이 아름다워서만은 아니다. 은행나무는 화제에 강해 ‘방화수’ 역할을 한다. 껍질이 두껍고 코르크 질이 많아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릴 정도다. 불이 잘 붙지 않아 도심에서 화재가 확산되는 걸 막을 수 있다. 열매는 천식이나 기침을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은행나무는 자동차 배기가스를 흡수해 정화하는 능력이 있다. 병충해에 강해 관리하기도 수월하다. 냄새가 고약하기 때문에 동물도 꼬이지 않는다. 악취의 ‘두 얼굴’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에서도 가로수로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은행나무 가로수의 악취를 없애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열매가 열리지 않는 수나무만 심으면 된다. 다만 과거에는 암수 구별이 쉽지 않았다. 은행나무는 봄철 개화와 가을철 결실로만 암수를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서울에 있는 은행나무 가로수 중 25.4%인 2만 6417그루가 암나무다. 다행히 최근 어린잎만 있어도 암수 감별이 가능한 DNA 분석법이 나와 암나무가 더 늘어날 일은 없게 됐다.
지자체들은 은행나무 열매로 인한 민원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 서울 자치구 관계자는 “많으면 한달에 30건 이상 민원이 들어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서울시 25개 자치구는 지난해 ‘은행나무 열매 채취 기동반’을 편성했다.
서대문구와 도봉구 등은 나무 줄기에 분당 800번의 진동을 가하는 진동수확기를 도입해 은행나무 열매를 조기 수확한다. 강남구는 아예 은행나무 암나무를 수나무로 바꿔 심기로 결정했다. 우선 도산대로와 신사동 가로수길 등 보행자가 많은 노선을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200그루를 교체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은행 열매를 채취하면 중금속 검사 등을 거쳐 안정성이 확인된 열매에 한해 경로당, 사회복지시설 등에 기증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은행나무가 비교적 흔하지만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종이다. 나무 자체로도 비싼 나무여서 2016년 서울 중구에서 은행나무 가로수에 차량을 충돌해 손상을 입힌 운전자가 변상금으로 834만원을 낸 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