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패 때마다 아크라시아는 왜 불타오를까?

홍수민 기자 2023. 10. 1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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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멘 레이스로 불거진 로아 불합리함, 여전히 과제 많은 밸런스 패치
- 카멘이 아니었다면 유저들이 빨간 약을 먹을 일도 없었을텐데

10월 11일 출시된 어둠군단장 카멘 레이드는 로스트아크 세계관 최강자 중 하나라는 설정에 걸맞게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했다. 카멘 레이드는 공식 퍼스트 클리어 레이스 이벤트가 열릴 정도로 많은 유저의 주목을 받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도전하는 사람들도, 지켜보는 사람들도 즐거운 축제의 장이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는 하하호호 웃음꽃을 피우며 레이드 트라이를 즐기고 있을 때, 누군가는 레이드 출발선상에도 서지 못하는 불합리함을 느꼈다. 소위 말하는 '수저 차이', DPS와 유틸 성능의 격차가 고난도 레이드에서 불거진 탓이다.

카멘 하드 3관문만 봐도 그렇다. 스페이스 쿨타임, 피격 면역 스킬 보유 여부 등 유틸 성능에서 격차가 두드러졌다. 스페이스 쿨타임이 긴 클래스는 알비온 패턴에서 강제로 시간 정지 물약이 빠지고, 피격 면역 스킬이 없는 클래스는 어둠 파도 이후 대상자를 내려 찍는 패턴에서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말난나 사용 가능'으로 요약되는 DPS 차이도 마찬가지다. 군마 탑승 카멘 페이즈에서는 제한 시간 내에 실드를 제거하지 못하면 실패하는데, 특정 클래스를 공대에 포함하면 눈에 띄게 실드가 밀리지 않았다. 카멘 스킬에 소환수가 갈려 스킬 하나를 봉인해야 했던 클래스도 마찬가지다.

스마일게이트는 라이브 방송에서 "카멘 레이드에서 불거진 각종 불합리를 인지하고 있고, 밸런스 패치로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대다수 유저가 밸런스 패치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테스트 서버에서 보여준 밸런스 패치 내역은 그들을 더욱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 줬다가 뺏었다가…불분명한 기준

- 1월 밸런스 패치에서 테스트 서버 급습 스킬 피해량 상향은 라이브 서버에서 롤백됐다

유저들은 밸런스 패치의 불분명한 기준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 지표에 의거한 밸런스 패치는 수용 가능하다. 그러나 패치 내역을 테스트 서버 일주일만에 롤백시키는 등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면 기준이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사례가 리퍼 롤백이다. 1월 밸런스 패치에서 리퍼의 급습 스킬 피해량이 상향되고 딜레이 감소 등 편의성이 개선된 것은 분명 부족한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함이었다. 심지어 공격 속도 10%는 버그로 인해 실현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테스트 서버 일주일 만에 다시 급습 피해량은 원상 복귀된 채 라이브 서버에 적용됐다.

급습 스킬은 5월 밸런스 패치로 다시금 상향 조정됐다. 현역 콘텐츠에 의해 조정되는 것은 이해한다. 혼돈의 상아탑에서는 사멸 폐지 여론이 대세였지만 사멸 클래스가 유리한 카멘에서는 다소 사그라든 것처럼, 전투 환경이 변화하면 지표 또한 함께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스트 서버 일주일 만에 롤백될 조치를 왜 시행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당장 테스트 서버에서 붉은 달과 아크라시아를 박살낼 정도로 DPS가 상승한 잔재 블레이드도 그렇다. 개발자 본인들도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도 모르는 채로, 최소한의 내부 테스트도 기준도 없이 패치를 단행한다는 소리가 아닌가. 

밸런스 패치가 자주 있는 게임이라면 이후 추가적인 수정 및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로스트아크는 그런 게임이 아니다. 이번 밸런스 조정은 5개월만에 이뤄졌다. 앞으로 몇 달 동안은 현재 밸런스로 다음 레이드를 맞이해야 한다.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패치 내역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 '개발자 코멘트'와 따로 노는 패치

- 부위 파괴 시 이슬비 기상술사의 불편함은 전혀 보완되지 않았다

패치 내역도 실망스럽지만 개발자 코멘트 또한 마찬가지다. 이번 밸런스 조정에서 기상술사와 리퍼만 봐도 그렇다. 패치 내역만 보면 패치 담당자와 개발자 노트 작성자가 서로 다른 사람으로 보인다.

기상술사의 경우 하고 많은 기상 스킬을 내버려 두고 내려찍기에 있던 파괴를 굳이 카운터 스킬인 펼치기로 이동시켜 카운터-부위 파괴 기믹에서 사용 불가능한 그림의 떡으로 만들어 놨다. 마지막 틱에 적용되는 소용돌이 부위 파괴 레벨을 올려봤자 시전 중인 3초 동안 부위 파괴 기믹은 이미 지나간 지 오래다.

"이슬비 기상술사의 부족한 부위 파괴 능력 보완"이라는 개발자 코멘트에 부합하려면 적어도 카운터-부위 파괴 기믹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른 기상 스킬에 파괴를 추가하든가, 소용돌이 첫 틱에 부위 파괴 판정이 들어가도록 조정했어야 했다. 

리퍼 레이지 스피어의 신규 트라이포드 '암살자의 거래'만 봐도 "클래스의 유틸 격차와 플레이 경험을 개선한다"는 개발자 코멘트 및 의도와 패치 내역이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암살자의 거래는 피격 이상 면역 효과를 부여하는 대신 받는 피해가 30% 증가하는 트라이포드다.

가뜩이나 리퍼는 전 클래스 체방 계수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 피격 이상 면역의 대가로 원한 이상의 받는 피해 증가 디버프를 감수해야 한다면, 노 코스트 강인함 트라이포드를 보유한 다른 클래스와 격차가 늘면 늘었지 줄진 않을 것이다. 

 

■ 명확한 용도를 정의해야 할 '테스트 서버'

- 굳이 테스트 서버를 이용할 이유도, 시간도 없다

가뜩이나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운영되는 테스트 서버는 제대로 된 지표조차 수집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한데, 문자 그대로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

로스트아크는 일일 숙제와 주간 숙제 등 생각보다 긴 플레이 타임을 요구한다. 별도의 유인이 없다면 테스트 서버에 접속하는 인원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 시간에 밀린 라이브 서버 숙제를 돌리고 말지, 골드도 안 주는 테스트 서버를 왜 플레이하겠는가.

이로 인해 테스트 서버에서는 레이드 인원 8인을 모으는 것 자체가 힘들다. 4인 어비스 던전 혼돈의 상아탑이나 가디언 토벌 베스칼 정도가 한계다. 제대로 된 레이드 환경을 갖추기조차 쉽지 않으니 유의미한 지표를 모으기 어려울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며칠간 모인 불완전한 테스트 서버 지표를 반영해 라이브 패치가 수정되고 그대로 확정된다. 심지어 지표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작년 8월 포격 강화 블래스터의 경우 테스트 서버에서조차 OP 아니냐는 소리가 심심찮게 나왔지만, 테스트 서버 수치를 수정 없이 반영했다. 아니나 다를까 라이브 서버 적용 일주일 만에 너프됐다.

테스트 서버의 용도가 무엇인가. 유저들에게 밸런스 패치 관련 피드백을 받기 위함인가, 패치 사전 고지 후 라이브 서버 적용 전 치명적인 버그만 체크하는 버그 테스트 용도인가. 이를 명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 결국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 이번에는 다르다고 했잖아요

"이번에는 다르다",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기대해도 좋다"라는 금강선 디렉터와 세 수석 팀장의 자신감 넘치는 말을 믿었다. 카멘 The FIRST, 그들만의 축제를 보며 소외감을 느꼈던 클래스 유저들도 늦었지만 합당한 개선을 기대했다.

결국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내부 기준조차 명확히 잡혀 있지 않으며, 본인들의 패치가 어떤 결과를 불러 일으킬 지 고려가 부족했다. 여전히 개발자의 코멘트는 실제 패치 내역과는 동떨어져 있다. 심지어 데빌헌터, 기공사 등 별 다른 코멘트조차 없이 항목이 생략당한 클래스도 있다.

패싱당한 클래스도 물론 내부적으로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 5개월 이상 걸리는 밸런스 패치에서 소외당한 것만으로도 유저는 충분히 불안하다. 현재 지표와 상황을 설명해 이를 다독이고 성의를 보이는 것이야말로 금 디렉터와 로스트아크가 늘 말하는 '감성'과 '낭만'의 영역이다.

기자는 1630, 엘릭서를 거쳐 초월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충분한 매몰 비용이 투입됐다. 보통 여기까지 육성한 클래스를 버리기는 어렵다. 소모된 시간과 비용만큼 애정과 정성, 추억 또한 담뿍 담겼다. 꼬와도 갈아탈 수 없기에 밸런스 패치가 크게 와 닿는다.

"유저들의 추억이 담긴 하나 하나의 캐릭터를 소중히 생각하겠다"는 그 언젠가의 말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다음 밸런스 패치에는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한다.

suminh@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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