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이 먹던 곳인데"…화마가 삼킨 '119년 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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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이 먹으면서 커온 친구 같던 가게인데, 불이 나서 영업을 못하고 있다니 참 안타깝더라고요."
화마가 집어삼킨 서울 종로구 '이문설렁탕' 앞에서 한참을 서 있던 박춘길(82)씨는 가게를 쳐다보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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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 불 탄 흔적…아쉬운 단골들
"추억 가득…무너지지 않았으면"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함께 나이 먹으면서 커온 친구 같던 가게인데, 불이 나서 영업을 못하고 있다니 참 안타깝더라고요."
화마가 집어삼킨 서울 종로구 '이문설렁탕' 앞에서 한참을 서 있던 박춘길(82)씨는 가게를 쳐다보며 이같이 말했다.
17일 오후 뉴시스가 찾은 가게 주변에선 매캐한 냄새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다. 가게 앞을 오가는 행인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연신 기침했다.
종로소방서에 따르면, 전날(16일) 오후 1시38분께 서울 종로구 견지동 이문설렁탕 주방에서 화재가 발생해 3시간40여분 만에 꺼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불로 직원과 손님 45명이 대피했다.
건물 뒤편은 불을 끄기 위해 뿌린 물로 질척였고, 잡동사니가 널부러져 어지러운 모습이었다. 벽 곳곳엔 검게 그을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인근 건물 관리인인 70대 이모씨는 "연기가 자욱하게 나면서 사람들이 소리 지르며 도망가고, 소방차도 와서 난리도 아니었다"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근처 호텔에서 일하는 30대 박모씨도 "호텔에도 연기가 너무 많이 들어와서, 여기 사람들도 밖으로 나갔다"며 "워낙 오래된 가게다 보니까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가게 상태를 보러온 단골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특히 함께 세월을 보내온 어르신 세대는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했다.
연신 한숨을 쉬던 조명옥(85)씨는 "어렸을 적부터 나와 같이 나이를 먹어온 곳이라고 생각해서 더 마음이 아프다"며 "그래도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니라서 빨리 일어섰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광진구에서 왔다는 60대 김모씨도 "돌아가신 어머니가 워낙 좋아하던 곳"이라며 "3년 전에 어머니랑 같이 왔었다. 다른 사람들도 여기에 많은 추억이 있을 텐데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청년들도 오랜 노포가 불에 탄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가게가 친구들과 단골 술자리 장소였다는 20대 대학생 최모씨는 "120년 가까이 운영해 왔다는 건 사실상 한국의 역사"라며 "요새는 생겼다 금방 사라지는 가게들도 많고 외국 음식점들도 많은데, 이런 한국 전통 음식점을 잘 지켜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904년 종로구 공평동에서 처음 문을 연 이문설렁탕은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가 즐겨 찾았다고 전해지는 일화도 있을 만큼,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이다.
2013년엔 서울시에서 미래 세대에게 전할 가치 있는 자산을 발굴·보전하는 프로젝트인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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