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열풍 부는데 … 비급여 소아환자 한숨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3. 10. 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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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을 미용상의 문제 인식
청소년 환자 치료 시급한데
보험 미적용으로 경제적 부담
방치하면 사회적 비용 증가

최근 세계적으로 비만치료제 열풍이 불고 있지만 관리와 치료가 시급한 국내 소아비만 환자는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는 보건당국의 무관심으로 외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당국이 비만 치료를 미용행위로 치부하면서 치료가 시급한 소아비만 환자에게까지 비급여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남학생은 2011년 6.8%였던 비만 유병률이 2021년 17.5%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여학생 유병률은 4.2%에서 9.1%로 상승했다. 최근 10년 사이 성별에 상관없이 비만을 앓게 된 소아청소년 환자가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2단계 비만(고도비만)과 2형 당뇨병 환자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학회에 따르면 2018년 1.3%였던 여학생의 고도비만 비율은 2020년 3.2%로, 같은 기간 남학생 비율은 1.4%에서 2.8%로 각각 상승했다. 고도비만은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홍용희 순천향대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형 당뇨병을 앓는 소아청소년 환자도 최근 15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했다"며 "청소년기에 비만을 앓을수록 중년기에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하고 사망할 확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반드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 비만의 원인은 다양하다. 산모의 임신성 당뇨와 그에 따른 출생 체중 영향, 유전적 요인, 신경·내분비계 요인, 약물 부작용, 잘못된 식습관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전문가들은 국내 소아청소년의 음식 섭취 패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실시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국내 6~11세 소아청소년의 탄산음료 섭취 주기는 평균 주 1~2회, 12~18세는 주 2~3회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루 3회 이상 채소를 섭취하는 비율은 남학생의 경우 지난 10년 새 17.7%에서 9.7%로, 여학생은 15.4%에서 6.9%로 반 토막이 났다. 최근 마라탕, 탕후루, 스무디로 이어지는 10대의 외식 코스도 비만을 야기하는 생활 방식으로 꼽힌다.

청소년 시기에 비만을 앓으면 수면무호흡, 고혈압, 담석, 이상지질혈증, 비알코올성 간 질환, 관절 질환 등 합병증이 동반될 확률이 일반 성인보다 높다. 이는 10대의 비만 치료에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이 상당하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소아비만 문제로 손실된 사회경제적 비용은 1조3600억원에 달한다. 청소년 비만은 열등감, 우울증, 낮은 자존감, 부정적 자아관 형성 등 정서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크다. 또 따돌림이나 학교폭력 등과 결부되기 쉽다는 점에서 어른들의 관심과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는 처방 가능한 청소년의 조건으로 △만 12세 이상 △60㎏ 이상 △성인의 BMI 30㎏/㎡에 해당하는 비만도로 엄격하게 규정하면서도 정작 '비급여'로 묶고 있다.

의료계에선 보건당국이 우선 치료가 시급한 소아비만 환자부터라도 각종 진료행위와 치료제를 급여 영역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경곤 가천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은 자살사고까지 초래할 수 있는 질환임에도 업무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잘못 인식돼 있어 보험 급여를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며 "비만 치료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정부가 급여로 통제하지 않다 보니 약값이 굉장히 비싸서 비만율이 높지 않은 부유층에서 주로 소비하고 정작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소외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비만 진료 가운데 급여화된 행위는 비만대사수술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만 18세 이상부터 받을 수 있어 대부분의 소아청소년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소아비만 환자의 진료 상담, 교육 비용, 합병증 조기 발견을 위한 선별검사 비용 등 기본적인 부분부터 국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 교수는 "소아기 비만이 지속되면 지방세포 수가 늘고 크기도 커져 비만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나중에 체중을 감량해도 지방세포 수가 줄어들지 않아 재발이 쉽게 일어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소아 환자는 성인과 달리 키가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생활습관 개선을 포함한 비만 교정을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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