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미디어 리터러시' 도입 논의해야
지난 13일(현지시간)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배우는 영어·과학·수학·사회과학 등 4개 핵심 과목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합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각종 미디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를 스스로 판별해 진위를 가려내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규 교과과정에 아예 미디어 리터러시 과목을 도입하는 곳도 늘고 있다.
SNS에 떠도는 가짜뉴스 위협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 등장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의 딥페이크(기존 인물의 얼굴·목소리·입 모양 등을 합성해 인위적으로 만든 영상 편집물) 기술은 진실과 허위의 경계선을 무너뜨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항복하는 등 벌어지지 않은 일도 영상으로 보면 순간 속게 된다. 딥페이크로 포르노에 연예인을 등장시키거나 자녀 납치를 가장해 부모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챗GPT는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존재하는 것처럼 정보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딥페이크를 감별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딥페이크 기술이 너무 빠른 속도로 진화한다. 특정 방식으로 조작 여부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되기도 전에 이미 이를 뛰어넘는 딥페이크가 등장하는 식이다. 마치 컴퓨터 바이러스와 백신처럼 말이다. 세계 각국이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한계가 따른다. 딥페이크로 인한 문제는 기술과 규제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뜻이다.
가짜뉴스·딥페이크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진짜와 가짜가 혼재된 미디어 환경에서 확산되면 사회적 통념과 선거 결과도 바꾼다. 자기 자신과 타인, 세상에 대한 인식 체계를 형성하는 유아기와 청소년기에 미치는 영향은 두말할 것도 없다. 운전면허를 딸 때 사고 위험에 대비하는 '방어운전'을 의무적으로 가르친다. 일상의 미디어 노출은 피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 국내에서도 가짜뉴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를 본격 논의해볼 때다.
[송경은 디지털테크부 kyunge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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