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상적인 자녀 수 '2.13명' 현실화되려면

2023. 10. 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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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2013년 1.24명에서 2022년 0.78명으로 크게 하락했다. 당연히 이 기간의 연간 출생아 수 또한 43만6000여 명에서 24만9000여 명으로 감소했다. 이미 10년 전부터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에 '저출산 대책'이 포함돼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너무나 아쉬운 결과다. 과연 해결 방안은 없는 것일까.

여기서 젊은 부모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는 2.13명이라는 조사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한킴벌리가 회원 수 175만명의 유아·아동 플랫폼 '맘큐'에서 결혼 전후 젊은 층과 육아기 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현실적인 출산, 양육 환경이 허락된다면 계획하고 싶은 이상적인 자녀의 수는 몇 명인가요?'라는 질문에 2명 이상이라는 답변이 83.5%로 나타났다(2명 57.1%, 3명 22.8%, 1명 15.4%).

반면 현실에서는 실제 자녀 수가 1명이라는 답변이 53.6%로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상황을 보여주듯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자녀 수와 실제 자녀 수는 두 배 이상 차이가 있었다. 회원 2만9100명이 응답한 대규모 조사에서 이상적인 자녀 수가 2명 이상이었다는 점은 놀랍기도 하고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이상적인 자녀 수와 현실을 이어주는 출산 및 양육 환경은 어떤 것일까. '내가 출산, 육아 정책을 만드는 담당자라면 꼭 추진하고 싶은 정책은?'이라는 질문에 영유아 돌봄 지원 확대(26.8%)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육아휴직 의무화 및 강화(19.7%)가 그 뒤를 이었다. 영유아 돌봄 지원 확대는 구체적으로 '돌봄서비스를 제한 없이 전국으로 확대' '긴급 돌봄서비스를 간편하게 사용' '어린이집 입소를 대기 없이' 등의 요청이 있었다. 출산을 주저하는 것에 재정적인 이유도 있겠으나, 돌봄 해결이 더 시급한 당면 과제라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기업이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는 육아휴직 보장 및 지원 확대(34.4%)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유연한 근무제도 확대(19.3%)가 뒤를 이었다. 육아휴직 보장 및 지원 확대는 구체적으로 '눈치 보지 않고 남녀 모두 육아휴직 사용' '출산과 육아를 배려가 아닌 당연한 권리로 인식' 등의 요청 등이었다. 제도 보완도 중요하지만, 시행 중인 제도를 당연한 권리로 누릴 수 없다는 점은 현재의 저출생 상황을 고려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결국 실효성 있는 정책과 기업의 진정성 있는 실행, 그리고 출산과 육아 제도가 배려가 아니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인식이 중요할 것이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육아를 한 단어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사랑'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그다음은 '행복' '힘들다' '인내' 순이었다. 수년 전, 실리콘밸리에서 벤처 투자가로 2000억달러가 넘는 시장가치를 창출해 온 한 노련한 투자자를 만난 적이 있다. 저출생 상황을 걱정하던 내게 "인류는 아이를 낳고 키울 때 힘들고 인내가 필요하지만, 그 이면의 기쁨과 행복이 더 크기 때문에 아이는 계속 태어날 것이므로 걱정하지 말라"던 의외의 답변이 '사랑' '행복'이라는 조사 결과로 이해가 됐다. "육아는 어렵지만 사랑이다. 힘들지만 행복이다. 나에게 이상적인 자녀 수는 2명 이상이다"라는 답변을 접하면서 현실적인 출산, 양육 환경을 함께 잘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자녀 수 2.13명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가져본다.

[진재승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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