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바꾼 사명…반년이나 지났는데 간판은 그대로?

신성우 기자 2023. 10. 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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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은 곧 기업의 정체성입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회사가 하는 일을 알리기 위해 'OO전자, OO건설, OO자동차'처럼 영위하는 사업으로 사명을 짓습니다.

그렇기에 만약 기업의 주력 사업이 바뀌었거나 미래 신사업을 추진해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다면 사명을 바꾸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포스코케미칼이 친환경 미래 소재 기업이 되겠다며 사명을 '포스코퓨처엠'으로 바꾸고,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에 국한되지 않고 방산·에너지 등을 아우르는 글로벌 해양 기업이 되겠다며 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바꾼 것도 이같은 이유입니다.

쌍용자동차에서 이름을 바꾼 'KG 모빌리티'와 이름에 HD를 더한 'HD현대오일뱅크'도 각각 인수 후 새출발, 친환경 이미지를 주기 위해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사명을 바꿨을 때는 그만큼 사람들에게 많이 불리고 인식이 되어야 바꾼 의미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효과가 미미합니다.

대리점, 주유소 등으로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기업임에도 일선 현장에서 바뀐 사명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이름 바꾼 것을 알았다', '바꾼 이름이 입에 붙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올해 안 간판 교체 목표…비용 문제 검토 중"

쌍용자동차는 지난 3월 22일 KG 모빌리티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사명을 바꾼 지 7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전국 300여개 대리점 모두 아직 '쌍용자동차' 간판이 달려 있습니다.

KG 모빌리티 관계자는 "아직 바뀐 곳은 없고, 준비 작업 중이다"며, "새로운 사명을 반영한 간판 시안을 검토하고 발주하는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올해 안으로 대리점 간판 개편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곽재선 KG 모빌리티 회장도 지난달 열린 '미래 발전 전략 컨퍼런스'에서 "쌍용자동차 이미지에 대해 페이드 아웃(서서히 잊혀지는 것) 전략을 해오고 있다"며, "전국 대리점의 간판은 올해 안으로 모두 교체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전국 300여개 KG 모빌리티 대리점은 전부 자영 대리점, 즉 개인 영업소입니다. 직영 대리점이 아닌 만큼 간판 교체 비용 부담 정도에 따라 대리점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고, 교체 속도가 더뎌질 수 있습니다.

KG 모빌리티 관계자는 "비용을 본사에서 부담할 지, 나눠 부담할 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다"며, "대리점들과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곽재선 회장의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되기 위해서는 비용 문제 해결이 시급해 보입니다.

"디자인 검토에 시간 더 필요"
[사진 제공=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오일뱅크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12일 성남시 분당구의 'GRC 주유소'에 바뀐 사명을 반영한 새 디자인을 선 보인 바 있습니다. 사명을 바꾼지 약 6개월만이었습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전국 2천700여개 주유소와 충전소에 새 디자인을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테스트 적용한 1호, GRC 주유소를 제외하고는 아직 감감무소식입니다.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큽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눈에 잘 띄는 색과 디자인들을 테스트 중"이라며, "새 디자인에 대해 검토를 더 한 후 본격적으로 전국 주유소와 충전소에 반영하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자인 확정 후 공사 기간까지 고려하면 전국 주유소에 바뀐 사명이 걸리는 일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주유소 전체에 바뀐 사명을 적용하기까지 기약이 없다보니, 간판 또는 로고를 먼저 바꿔다는 일선 주유소들도 보이지만, 크게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의미를 갖고 바꾼 사명을 알리기 위해서는 빠른 대응이 필요합니다.

한편, HD현대오일뱅크는 "직영, 자영에 관계 없이 주유소, 충전소 사명 변경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부 본사가 부담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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