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칼럼] 쉼없는 改革이 최고의 民生대책
희망 줄 혁신은 후퇴 조짐
중단없는 개혁 추진해야
청년들 지지 다시 얻는다
여당이 참 딱하다. 대통령도 안돼 보인다. 인기 없는 노동·연금개혁 숙제를 떠안은 데 이어 최근엔 물가·유가·금리가 올라가는 3고(高) 현상마저 맞닥뜨렸기 때문.
요즘 3고 현상은 우리 정부나 정치권이 쉽게 관리할 수 없는 외생 변수다. 물가와 금리가 오르면 서민과 청년들 삶은 더 팍팍해지기 마련이다. 쓸 수 있는 소득인 가처분소득이 줄어들수록 국민들은 현재는 물론 미래도 암담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 눈치를 봐야 하는 여권은 사면초가나 마찬가지다. 비운(悲運)의 정권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일반 국민들은 그 책임을 정권 탓으로 돌리기 십상이다. 지난주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제1 원인이 바로 경제·민생·물가다. 고물가 시대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여당이 거의 다 참패하는 이유다. 최근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여당 참패의 근본 원인도 같다. 내년 총선도 이대로 가면 비슷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럴 때일수록 개혁을 통해 향후 우리 미래가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는 거꾸로 간 느낌이다.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은 어느 순간 총선 뒤로 미뤄졌다. 사실 노동개혁은 최고의 교육개혁이다. 중고생들이 명문 대학에 가려는 목적이 바로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것이다. 청년들이 대기업 정규직에 취업하는 순간 우리 사회의 '성골'이 된다. 정규직은 쉽게 해고할 수 없어 큰 잘못이 없다면 정년까지 보장된다. 이 좁은 문에 들어가기 위해 우리 젊은이들은 재수나 삼수를 통해 대학에 들어가고, 대학 졸업 요건을 갖추더라도 취업 재수를 위해 졸업을 미룬다. 명문대를 선호하는 대기업에 입사하지 못하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전선에 뛰어든다. 이들의 급여나 복지 수준은 현저히 낮다. 명문대에 가지 못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구조다.
해고가 유연하다면 결원이 생기는 인원만큼 유능한 경력 사원을 뽑을 수 있다. 학력과 무관하게 검증된 인물을 쓸 수 있는 것. 중·고교 시절 학업보다는 다른 분야에 관심 있어 유명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사회생활에서는 능력 있는 사람들이 구제받을 수 있다. 인생 역전이 가능한 구조다. 노동시장이 이렇게 짜인다면 입시 위주 교육이 아닌 개성과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늘리는 개혁은 시늉만 내다 말았다. 고갈 위기 국민연금 개혁도 좌초 위기다. 혁신을 추진하려다 잠잠해진 조치들도 셀 수 없다. 비대면진료 벤처기업들의 규제 완화 요구는 의사단체에 막혀 무산됐다. 기업들이 희망하는 변리사들의 특허소송 공동 대리 요구가 무산될 처지이고, 법률서비스 플랫폼인 '로톡' 소속 변호사 징계 무효 처리가 8년이나 걸린 것도 법조계의 견제 탓이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정치권과 기득권 카르텔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사이 미래에 대한 희망은 사라지고 실망은 커지고 있다. 과거를 먹고사는 법조계와 의료계에 정치가 휘둘리니 우리 청년들은 미래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권은 이익집단이 총선을 지렛대로 저항하더라도 일반 국민을 등에 업고 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책임지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구분할 정도로 우리 국민들은 현명하다. 의료계 반발에도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이 환영받는 이유다.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오직 두려워할 존재는 국민이다. 그러면 정권 견제론보다 지원론이 득세할 것이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정부 탄생의 1등 공신인 2030세대의 지지를 다시 얻는 길이기도 하다.
[김명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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