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도중 다쳐” 치료비 수천만원 뜯어 보톡스 맞은 공무원…피해자는 극단 선택

청주지법 전경.

성관계 도중 어깨를 다쳤다며 대학교 동창으로부터 치료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뜯어낸 30대 공무원이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피해자인 30대 남성은 심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선택을 했다.

청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오상용)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32)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3월 자신의 집에서 대학 동창인 B씨(30)와 성관계를 했다. 이 과정에서 B씨가 A씨의 어깨를 눌렀다. 통증을 느낀 A씨는 B씨에게 “어깨가 끊어졌다. 치료비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A씨는 2021년 3월부터 같은해 8월까지 4차례에 걸쳐 B씨로부터 47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에게 받은 돈을 어깨 치료에 사용하지 않고 종아리 보톡스, 지방분해주사, 여드름케어 등에 사용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B씨는 A씨에게 치료비를 주기 위해 친구 등 지인들에게 돈을 빌렸고, 대출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B씨는 채무와 심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선택을 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로부터 강간당했다. 형사고소를 하지 않고 위자료 등 손해배상금을 받은 것”이라며 정당행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상당 기간 반복적으로 범행하고 편취금액의 규모 또한 상당하다”며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음에도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를 성범죄 가해자로 취급하는 등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항소심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며 “유족의 피해복구를 위해 4700여만원을 공탁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