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탄소규제 강화에 탄소배출권 ETF 반등
최근 일주일 수익률 5%
최근 유럽연합(EU)이 '탄소 관세' 도입을 위한 잰걸음을 보이자 탄소배출권 관련 투자 상품 역시 꿈틀대고 있다. 수개월간 약세를 보인 탄소배출권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달 들어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와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가 최근 일주일(10월 10~16일) 동안 각각 5.47%, 4.4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각각 4.01%, 4.95%의 손실을 봤지만 이달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럽 탄소배출권(EUA)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 탄소배출권(CCA), 미국 북동부 탄소배출권(RGGI) 등을 포함한 ICE 글로벌 카본 퓨처스 지수를 추종하는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와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는 최근 일주일간 7.67%, 6.52%로 강세를 보였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다. 정부가 기업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양을 정해주고, 기업은 배출권이 남거나 부족하면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규제가 강화되면 탄소배출권 수요가 늘어 가격이 상승한다. 또한 기온이 낮아져 화석 연료 사용이 늘어나는 겨울에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세계 최대 규모 탄소배출권 시장인 유럽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시범 시행 기간은 2025년 12월까지다. 이 기간에 유럽이 수입하는 6개 품목(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에 대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2026년부터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대해 EU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계해 관세를 내야 한다. 당장은 보고 의무만 있지만 2026년부터는 탄소 배출을 줄여야 원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미국 역시 탄소배출권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조 바이든 정부는 2025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가량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유럽 CBAM과 유사한 청정경쟁법 등이 발의됐다. 전 세계적인 탄소 감축 압박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지난달 한국 정부 역시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의 문호를 개인과 금융기관으로 넓히고 관련 ETF를 출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배출권 거래를 활성화해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CBAM은 '탄소 비용을 국내에 지불할 것인가, 아니면 EU에 지불할 것인가'의 문제로 탄소 비용 자체를 면제받을 수 없는 환경이 됐음을 시사한다"며 "국내외적으로 탄소배출권에 대한 투자 가치는 점차 증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장기적으로도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탄소배출권 선물시장 규모는 5990억유로로, 2019년(1820억유로)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관련 ETF의 장기수익률도 높다.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와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의 연간 수익률은 각각 24.35%, 25.19%였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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