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노력으로 쟁취하는 것", 롯데 신인 정현수를 만나다[부산야구실록]
기본기 덕분에 투수로서 성장해
장난에서 출발한 위닝샷 '커브'
상대해보고 싶은 타자는 '구자욱'
지난 9월 14일 11명의 신인 선수가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고 팀에 합류했다. 부산야구실록 취재팀은 신인 선수들이 팀에 합류하기 전, 그 시기에만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출장인터뷰를 기획했다. 송원대 좌완투수 정현수, 휘문고 좌완투수 박성준과 내야수 안우진, 동의과학대 외야수 유제모를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첫 번째 순서는 최강야구로 이미 유명세를 얻고 있는 2라운드 지명자 정현수 선수다.
정현수는 이번 롯데 자이언츠 지명자 중 유일한 지역팜 출신의 선수다. 현재는 광주시에 위치한 송원대학교 소속이지만 고교 졸업 전까지 부산에서 야구 선수 생활을 했다. 고3 졸업반 시절 프로 지명에 실패한 정현수는 대학리그 무대를 노크했고 돌고 돌아 결국 고향에 금의환향하게 됐다.
대학 선수의 경우 보통 즉시전력감을 상정하고 지명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상위 순번에 지명되는 선수들의 경우 그런 경향이 더더욱 짙다. 실제로 2023시즌 신인 선수인 고려대 출신 석상호 선수도 현재 1군에 콜업 되어 등판 때마다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아래는 정현수 선수와 진행한 인터뷰.
[부산야구실록]
본격적인 투수 생활은 대학 시절부터였습니다. 투수 경험이 타 선수에 비해 짧음에도 불구하고 급성장을 이뤄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정현수 선수]
투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하기도 했고, 고등학교도 원래는 투수로 진학을 했습니다. 기본적인 투구 폼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그걸 토대로 열심히 노력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부산야구실록]
많은 팬들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대학 시절 공을 너무 많이 던진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선수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정현수 선수]
많은 분들께서 걱정해주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괜찮습니다.(웃음) 투구 후에 보강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거든요. 그 덕분에 대학 생활 내내 아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물론 부상을 당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조심하고 있고 보강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부산야구실록]
지금 몸상태는 어떤가요.
[정현수 선수]
힘도 많이 붙었고 좋은 상태입니다.(웃음)
2024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는 총 1083명의 야구 선수들이 참여했다. 이중 110명의 선수들만이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게 된다. 그중 지명을 받지 못한 고교 졸업 예정자들의 경우, 다시 한번 더 프로선수로의 도전을 위해 대학 무대에 진출하게 된다. 정현수 역시 지명을 받지 못했던 고교 선수 중 한 명이었지만 4년 뒤 그는 누구보다 큰 환영과 기대를 받으며 고향 팀에 입단하게 됐다. 목표를 세우는 건 쉽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까지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현수는 대학 선수 생활 4년 내내 오로지 프로 구단 지명을 위해 많은 어려움을 성실하게 이겨냈다.
[부산야구실록]
정현수 선수는 고교 시절 드래프트 미지명의 아픔을 뒤로하고 대학교에 진학한 후 꿈에 그리던 프로 지명을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지명을 받지 못한 많은 고교 선수들은 또다시 도전하기 위해 대학무대에 진출을 할텐데요. 앞으로 대학 무대에 도전할 많은 야구 후배들이 어떤 마음으로 도전을 했으면 하나요.
[정현수 선수]
솔직히 고교시절 지명을 받지 못했을 때 실망감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지’라는 막막한 마음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제 야구 인생이 아직 끝난 건 아니었거든요. 이미 대학교에 진학한 많은 선배들도 계셨고요. 결국 마음가짐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계속 최선을 다하다 보면 분명 결과가 나올 거다’는 생각으로 임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부산야구실록]
이번 드래프트에서 송원대학교 선수가 무려 3명이나 지명이 됐습니다. 드래프트의 기조를 보면 한 대학교에서 3명의 선수가 지명된 건 상당히 많은 숫자인데, 송원대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정현수 선수]
드래프트의 결과를 떠나 송원대 야구부는 평소 분위기가 밝은 편입니다. 선수들끼리 워낙 친하기도 하고 웃는 분위기에서 주로 야구를 해오고 있는 편인데 드래프트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곧 전국 체전이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 끝이 아니라는 분위기도 있고 전국 체전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분위기이긴 하지만 후배들 입장에서는 선배 3명이 프로 구단 지명을 받았으니, 본인들도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란 기대감과 희망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야구부 모두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웃음)
[부산야구실록]
정현수 선수의 대표적인 위닝샷 ‘커브’, 던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정현수 선수]
커브는 초등학교 선수 시절부터 던졌습니다. 아버지가 당시 사회인 야구를 하셨는데 아버지와 캐치볼을 하다 장난삼아 던지곤 했던 구종이 바로 커브였어요. 장난삼아 던지기 시작했던 구종이긴 하지만 성인이 되고 힘이 붙다 보니 커브가 많이 날카로워졌습니다. 감독님, 코치님, 주변 선수들에게도 이것저것 묻다보니 저만의 ‘커브’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부산야구실록]
어떻게 보면 장난삼아 던졌던 구종이 본인의 인생을 결정지은 계기가 되었군요.(웃음)
[정현수 선수]
어린 마음에 노는 분위기에서 던지기 시작했던 구질인데 꾸준하게 해오다 보니 그립이라든지 투구법이 익숙해진 것 같아요.(웃음)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 여러 기사와 야구 커뮤니티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가 정현수를 지명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부산야구실록 취재진은 인터뷰를 준비하던 중 ‘드래프트 지명자들은 본인의 지명에 대한 소문을 접하고 있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그 사실을 정현수 선수에게 직접 물어봤다.
[부산야구실록]
사실 드래프트 전까지 여러 야구 커뮤니티, 기사를 통해 롯데 자이언츠가 정현수를 지명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선수 본인은 이 부분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었나요.
[정현수 선수]
아니요.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지명을 받고 나서 보니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 저의 지명에 대한 여러 기사가 올라와 있더라고요. 저는 정말 예상 못했습니다.(웃음)
[부산야구실록]
이건 제 개인적인 궁금증입니다. 지명 전 마음 한 구석에 고향팀의 지명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나요.(웃음)
[정현수 선수]
네 있었어요. 부산고 출신이기도 하고 부산에 쭉 살다가 대학교를 타지인 광주로 왔잖아요. 속으로는 부산에서 야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엄청 컸었거든요. 그런데 진짜 그 소망대로 부산에서 야구를 하게 됐습니다. 아직까지 그 사실이 믿기지가 않아요.
[부산야구실록]
대학 선수 중 가장 빠른 순번으로 지명됐습니다. ‘대학리그 최고의 선수다’라고 인정을 받은 셈인데요. 어떠신가요.
[정현수 선수]
사실 올 한 해 제가 최고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오로지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내자라는 생각만으로 야구를 해왔거든요. 그래도 사실 마음 속에 목표는 하나 있었습니다. ‘대학생 중 가장 먼저 지명을 받아 보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하다 보니 제일 먼저 지명을 받게 됐지 않았나 싶습니다.
[부산야구실록]
돌고 돌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고향팀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게 된 그 순간, 기분이 어땠나요.
[정현수 선수]
엄청 놀랐습니다. 프로 선수가 된 그 자체도 기분이 너무 좋았지만 ‘정말 내가 롯데로 갔나?’ 싶었어요. 드래프트장 화면을 보니 송원대 정현수, 롯데 자이언츠가 함께 떠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나서야 ‘와 진짜 롯데로 갔구나’했습니다.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편으로는 저를 뽑아주신 롯데 자이언츠에 너무 감사한 마음이 크기도 했고요. 동시에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습니다.
현재 롯데 자이언츠의 좌완 불펜진은 힘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건 트레이드를 통해 후반기에 합류한 심재민 뿐이다. 또다른 좌완 불펜 중 한 명인 김진욱은 시즌 초반 좋았던 모습에 비해 들쑥날쑥한 투구를 남발하고 있다. 이러한 팀 사정 때문일까. 롯데 자이언츠는 2023시즌 신인 좌완투수 이태연과 장세진이 모두 1군 무대 데뷔에 성공했다. 이런 팀 불펜 사정은 선수에겐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다. 빠르게 1군 데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정현수처럼 상위 순번에 지명된 선수에게는 더더욱 좋은 기회이다. 하지만 정현수는 본인의 노력과 역량을 통해 1군 데뷔를 이루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부산야구실록]
롯데 자이언츠의 좌완 불펜은 강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보면 기회를 빨리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정현수 선수]
‘기회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보다는 제가 잘하면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왼손 투수라는 그 하나만으로 ‘무작정 기회를 받겠다’ 이런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열심히 하고 또 잘하다 보면 기회를 받을 거고, 그 기회를 잡는 건 결국 제 몫이니까요. 그런 목표 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할 계획입니다.
[부산야구실록]
최강야구에서 롯데 자이언츠 출신 대선배인 송승준 선수, 이대호 선수, 장원삼 선수, 김문호 선수와 함께 뛰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지명 후에 대선배들이 뭔가 조언을 해준 게 있나요.
[정현수 선수]
선배님들께서 좋은 팀 간 거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가 워낙 팬분들에게 사랑받는 구단이잖아요. 그래서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야구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시작’이라는 말을 정말 많이 강조해주셨습니다. 지명받았다는 그 사실에 만족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하라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부산야구실록]
롯데 자이언츠에 친분이 있는 선수는 있나요.
[정현수 선수]
친분이 있는 선수는 거의 없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함께 나온 박진 선배와 거의 유일하게 친분이 있습니다.
[부산야구실록]
올해 롯데 자이언츠의 대졸 선수 픽은 두 명이었습니다. 나이는 정현수 선수보다 두 살 아래긴 하지만 유제모 선수도 대졸 선수인데요. 혹시 인연은 없었나요.
[정현수 선수]
제모랑은 올해 열렸던 고교, 대학 올스타전에 한 팀이 되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올스타전에서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했고, 또 알고보니 제가 부산에서 다니고 있는 트레이너 선생님과 제모가 아는 사이더라고요. 그렇게 인연이 쌓였고 또 같은 팀이 되었습니다.
[부산야구실록]
롤모델을 삼고 있는 선수가 있나요.
[정현수 선수]
김원중 선배님이 롤모델입니다. 원래는 이대호 선배님, 송승준 선배님 두 분 다 워낙 레전드이시다보니 자연스럽게 롤모델로 삼았는데요. 지금 현역 선수로는 김원중 선배님을 꼽고 싶습니다.
[부산야구실록]
롯데 자이언츠에 합류하면 가장 먼저 만나보고 싶은 선수가 있나요.
[정현수 선수]
투수 선배님들은 다 만나보고 싶은데 그중에서도 박세웅 선배님을 가장 먼저 만나보고 싶습니다.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박세웅 선배님이 일본전에 등판했던 경기를 봤습니다. 6이닝 동안 무실점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끈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어요.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롯데 자이언츠의 선발 한 자리를 맡고 계신데 그런 부분에서도 여러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번 만나 뵙고 싶어요.
[부산야구실록]
1군 무대에서 상대해 보고 싶은 선수가 있나요.
[정현수 선수]
1군에 워낙 잘 치시는 선배님들이 많지만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 선배님 한 번 상대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KBO리그 10개 구단의 경기를 다 챙겨보는 편이었는데 구자국 선배님이 올해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며 워낙 찰 치시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상대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부산야구실록]
그렇다면 구자욱 선수를 상대로 가장 먼저 어떤 공을 던져보고 싶나요.
[정현수 선수]
많은 구종이 있지만 역시 ‘커브’입니다. 제 ‘커브’가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 한 번 던져보고 싶어요.
[부산야구실록]
질문을 조금 바꿔보도록 하겠습니다.(웃음) 향후 팀 청백전에 출전을 할 수도 있는데, 상대해보고 싶은 롯데 자이언츠 타자가 있나요.
[정현수 선수]
전준우 선배님을 상대로 던져보고 싶어요. 롯데 자이언츠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시기도 하고 워낙 잘 치시잖아요. 그리고 저번 루키 데이 행사 때 선배님 타격하시는 걸 직접 봤는데 실투를 절대 안 놓치시더라고요. 물론 제가 실투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저에게 많은 공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송원대학교에서 직접 만나본 정현수 선수와 나누어본 ‘1군 희망 보직’, ‘최강야구’ 이야기 등은 2편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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