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등판' 바이든, 불을 끌 수 있을까…이스라엘 전격 방문 결정

윤세미 기자 2023. 10. 1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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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전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한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제거에 나선 이스라엘을 향한 지지를 재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세로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되고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위기관리의 필요성이 커진 만큼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 후 요르단으로 이동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이집트 대통령도 만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바이든, 18일 이스라엘 전격 방문
로이터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6일 이스라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바이든 대통령이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수도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연대와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철통같은 약속을 재확인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의사를 명확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별도로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18일 나는 이스라엘을 찾아 하마스의 잔혹한 테러 공격에 맞서 연대할 것"이라며 "그다음엔 요르단으로 이동해 급박한 인도주의적 어려움을 해결하고 지도자들을 만나 하마스가 팔레스타인인의 자기 결정권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 특별히 힘을 실어주는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외교 관측통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방문을 통해 이스라엘에 일방적인 지지 입장만 제시하기보다는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토머스 나이즈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뉴욕타임스(NYT)에 "바이든 대통령은 도덕적 권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편에서 하마스를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인도주의의 편에 있다는 점도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방송된 CBS 인터뷰에서 하마스 제거는 필요하다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다", "이스라엘이 민간인 희생을 피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우회적으로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서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와 전략에 대해 포괄적인 브리핑을 받을 것"이라며 "이스라엘로부터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고 가자지구 민간인에게 인도적 지원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작전 방안에 대해 청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민간인을 위한 안전지대 설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AFPBBNews=뉴스1
바이든, 팔레스타인 민간인 문제 해결할까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 후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나 인도주의 위기와 분쟁 상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처우에 대해 경고해 온 만큼 이번 회담은 확전 방지 차원에서 아랍 국가들의 우려를 다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마스의 기습 공격 후 촉발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복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자지구 내 희생자는 16일 2808명까지 늘어났다. 유엔은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만명이 전쟁 난민이 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도 이날까지 하마스 공격에 따른 사망자가 1500명을 넘었다고 했다.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지원해 온 이란은 가자지구로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는 이스라엘을 향해 확전 가능성을 거듭 경고하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이란은 16일에도 저항 전선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선제적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가자지구 외에도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국경 근처에선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면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민방위대원이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에서 구조된 소년을 안고 이동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정치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위험한 여행"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에서 확전 억제나 민간인 보호 같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이스라엘에 대한 연대만 확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경우 파장은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많은 게 걸려있는 방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이 지상군 투입의 그린라이트로 해석되면서 가자지구 내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하고, 나아가 확전까지 이어질 경우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 안 그래도 공화당에선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공세를 펼치던 터다.

WSJ은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는 가자지구로 식량, 물, 연료 및 의약품을 공급하고 미국 시민들이 가자지구를 탈출해 이집트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번 방문에서 실질적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무능해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가 1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중 78%는 미국이 가자지구 내 민간인 탈출 계획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응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은 물리적으로도 위험이 가득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블링컨 장관도 16일 텔아비브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 중 공습경보가 울려 5분 동안 긴급 대피해야 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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