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여의도 한양 재건축 제동…신탁사 무리수 뒀나?

김진수 2023. 10. 17. 17: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구청, KB부동산신탁에 "시공사 선정 중단"
29일 시공사 선정 투표 연기 불가피…"과열 제동" 해석도

서울시가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위법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은 서울시의 지적사항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2일 영등포구청에 '입찰공모지침서에 도시정비법 위반 소지가 있으니 검토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튿날 영등포구청은 사업 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에 '시공사 선정 절차를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구청 "시공사 선정 절차 중단하라"

서울시는 한양아파트에 대한 구체적인 정비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공사 선정을 진행하는 게 위법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한양아파트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330%)인데 KB부동산신탁은 일반상업지역(용적률 600%)으로 전제하고 시공사 입찰을 시작한 것이다.

또 서울시는 한양아파트 단지를 초과한 정비구역 면적을 입찰 지침에 포함한 점도 지적했다. 롯데슈퍼가 입주한 한양상가는 KB부동산신탁 선정에 동의하지 않아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조감도 /사진=서울시

서울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아직 정비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공사 선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돼 이게 가능한지 검토하라고 구청에 행정지도를 내렸다"며 "현재 한양아파트에 적용되는 기준에 따라 업체를 선정하도록 검토할 것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도 "서울시의 행정지도에 따라 시행자(KB부동산신탁)에게 '관련 법령을 준수해서 사업자 선정 업무를 추진하라'고 한 상태"라고 말했다.

KB부동산신탁은 자체 법률 검토를 통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진행했지만 서울시의 지적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KB부동산신탁 도시정비사업본부 관계자는 "신탁사가 지정고시를 받으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며 "(종 상향 등)진행 예정 중인 사항을 가지고 입찰을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진행했지만 서울시의 지적을 받은 만큼 다시한번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종상향이 거의 확정적인 상황인데 기존 정비계획(3종 일반주거지역)대로 시공사를 뽑는다면 (향후 변동될)용적률 갭 차이가 커서 공사비 변동이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양상가를 정비구역에 포함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서울시는 아직 구역이 확정되지 않았으니 이를 포함해 입찰기준을 마련한 게 위법이라는 입장이지만 토지 등  소유자의 2/3 이상 동의를 받으면 정비구역 입안 제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의도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탁사도 순서대로 진행하고 싶었겠지만 상황이 급하다보니 시공사 선정을 위한 주민 투표부터 서두르고 정비구역 지정 신청을 하려는 것"이라며 "한양상가 보상 문제도 시공사가 누가 됐든 이 문제를 1순위로 해결하겠다고 한 만큼 원만히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단지는 당초 오는 29일 합동설명회와 주민 투표를 통해 시공사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현재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여의도 1호 정비사업 시공권을 따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행정조치로 시공사 선정 절차 중단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탁사의 무리수? vs 서울시, 과열 억제?

일각에서는 최근 재건축 사업에 '신탁 붐'이 일면서 KB부동산신탁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신탁의 본래 취지는 초기에 자금을 투입해서 사업을 안정화시키는 건데 신탁사들이 현장 영업에 치중하고 신탁 전문인력보다는 홍보인력을 늘리는 등으로 조직이 비대해진 가운데 빠르게 성과를 내고자 하는 조급증으로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서울시 또한 신탁사와 시공사들의 수주 과열 등에 제동을 걸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신속통합기획은 투명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하는데 이를 자율에 맡길 경우 자칫 조합이나 신탁사의 사적이익만 챙기려는 투기판처럼 될 수 있어 그런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신중한 모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서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 설계업체 선정 과정에서 설계지침을 미준수한 희림건축을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1975년에 생긴 노후아파트로 2017년 안전진단을 통과한 후 상당기간 지연되다가 올해 초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하면서 사업을 본격 추진해왔다. 신속통합기획이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서울시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공공지원계획을 말한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