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공개한 분양원가 놓고 LH는 난색…혁신 의지 공수표?

허인회 기자 2023. 10. 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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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국감서 분양원가 공개 요구에 미온적 태도
다른 지방주택공기업보다 과도한 분양이익 의혹도
경실련 제기한 소송 결과에 원가공개 여부 주목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국정감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철근누락과 부실시공 사태, 전관 등 건설이권 카르텔 문제를 두고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LH가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나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이미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지만 LH는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공개 공개 청구소송에서 LH가 패소하는 등 공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 7월 서울 동작구 수방사 부지 공공분양주택 청약에선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적도 있다. 이에 LH가 쇄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선 설계·시공·감리와 같은 영역 외에 분양원가 공개나 후분양제 도입 등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분양원가 공개 요구에 이한준 사장 "파급효과 클 것"

지난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LH에 대한 국감에서 LH 혁신을 위한 대안으로 분양원가 공개와 후분양제가 거론됐다. 이날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LH는 국민이 LH의 고객이자 주인"이라며 "국민들의 83%가 LH의 원가공개가 필요하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이 언급한 '국민 83%'는 지난달 25일 SH 산하 SH도시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 주거정책에 대한 서울시민 인식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SH도시연구원이 지난 6월1일~7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분양원가 공개의 필요성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3.4%가 '공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답변은 2.9%에 불과했다.

분양원가 공개 의향에 대해 이한준 LH 사장은 "분양원가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 주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분양원가를 공개했을 때 미치는 파급 효과가 생각보다 클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상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러면서 서 의원이 "후분양제를 했다면 LH와 GS건설간의 다툼은 있을지언정 주민들에게는 피해가 없을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이 사장은 "저희가 주저할 이유는 없는데 문제는 국민들이 후분양제 하는 것을 꼭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자 서 의원이 "73%가 후분양제를 원하고 있다"며 "두 가지(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를 LH에서 선도하고 치고 나간다면 LH가 좀 바뀌었다고 국민들이 인식하지 않을까 싶다"고 꼬집었다. SH도시연구원 인식조사에선 후분양제 도입에 대해선 필요하다는 응답은 79.6%에 달했고, 후분양 주택의 분양을 원한다는 답변도 73.6%에 이르렀다.

실제로 LH를 향한 분양원가 공개 요구는 거센 상황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2021년 12월부터,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2018년 8월부터 분양원가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만 중앙주택공기업인 LH만 원가공개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시민단체들은 꾸준히 LH에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LH는 건설 참여업체의 영업비밀 침해 우려와 공공주택 공급 지장 등을 내세워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들이 지난 6월2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2019~2022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민간 참여 공공주택 사업 분양이익 추정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GH보다 4.9배 분양이익 거뒀다는 의혹도…파기 환송심 결과 주목

LH가 분양원가 비공개를 앞세워 과도하게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있는 SH 산하 SH도시연구원이 지난 6월 펴낸 '실제 분양원가에 기반한 분양이익 분석'에 따르면, 분양원가·분양이익을 기준으로 전용 59㎡ 공급 시 호당 분양이익은 SH가 7200만원인 반면, LH는 1억7000만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GH와 IH(인천도시공사)는 각각 3500만원, 4800만원의 분양이익을 얻는 것으로 분석됐다. LH는 SH에 비해 2.4배가량의, GH에 비해서는 4.9배가량의 분양이익을 거두는 셈이다.

해당 분석을 진행한 천성희 SH도시연구원장은 "모집공고 시점의 분양원가와 실제 분양원가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공기관으로서 시민의 알권리 보장과 투명경영을 위해서 실제 분양원가의 공개와 후분양제 확대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미 LH를 상대로 분양원가 공개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LH가 공급한 아파트가 국토부가 고시한 기본형건축비보다 비싸다는 의혹에서다. 경실련은 지난 10년간 LH가 지은 경기도 62개 단지에서 분양 차익으로 1조1876억원의 이득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재판 결과 1심에선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경실련의 손을 들어줬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경실련이 소송 청구 기한을 넘겨 소송을 제기했다"며 각하를 선고했다. 이에 경실련은 상고했고, 지난 7월 대법원은 각하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앞서 1심에서 경실련이 승소한 터라 파기 환송심의 결과에 따라 LH가 공급하는 아파트의 분양원가가 공개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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