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 마에스트로' 메켈레 "지휘자는 언제나 준비돼 있어야"
7세 오페라 합창하며 지휘자 꿈꿔…"매번 새로운 것 발견하는 게 음악의 매력"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핀란드 출신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27)는 최근 클래식 음악계에서 독보적으로 눈에 띄는 인물이다.
그는 20대 나이에 '천재 지휘자', '젊은 거장', '클래식계 아이돌' 등이라고 불리며 백발의 거장들이 주로 오르는 포디움을 당당히 차지했다. 1996년생인 메켈레는 같은 세대 지휘자들 가운데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한다.
이력만 보더라도 그가 보수적인 클래식 음악계에서 얼마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는 단 한 번의 지휘로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에 발탁돼 2020년부터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고, 2021년부터는 프랑스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31세가 되는 2027년부터는 유럽 최정상급 교향악단으로 꼽히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의 상임 지휘자로 활동한다.
이처럼 '최연소' 타이틀을 달고 유명 오케스트라들의 러브콜을 받는 메켈레가 처음 한국을 찾는다. 그는 오는 3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오슬로 필하모닉을 이끌고 핀란드의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곡들을 연주한다.
메켈레는 17일 연합뉴스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팬데믹으로 2021년과 2022년 예정됐던 두 번의 내한 공연을 하지 못해 진심으로 아쉽고 죄송했다"며 "하지만 그때의 아쉬움 때문에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가 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메켈레는 자신의 음악보다 '어린 지휘자'로 주목받아온 탓인지 나이에 관한 질문은 받지 않았다. 대신 지휘자가 된 배경과 과정, 자신이 생각하는 지휘자로서 갖춰야 할 역량에 관해 답했다.
그는 "7세에 핀란드 헬싱키에서 오페라 '카르멘'에 출연하는 합창단의 일원으로써 함께했다"며 "그때 제 눈에는 지휘자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지휘자는) 작은 모니터 화면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때부터 지휘자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메켈레가 지휘 공부를 하고, 지휘자로서 자리를 잡게 된 것은 12세에 지휘자 요르마 파눌라를 만나면서부터다. 메켈레는 파눌라의 교육법은 '이렇게 지휘해라', '저렇게 지휘해라'라는 직접적인 가르침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지휘를 해보도록 한 뒤 직접 조언해주거나, 제자들이 서로 리뷰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메켈레는 "파눌라의 수업에서 가장 독특하면서도 멋진 부분은 매주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며 "대편성 오케스트라는 아니지만, 직접 사람들 앞에 서서 지휘함으로써 물리적으로 제가 어떻게 지휘해야 하는지를 깨닫고, 심리적으로도 지휘하는 제 모습에 점점 편안함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눌라는 우리가 음악에서 어떤 것을 찾아내야 하고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 각자가 추구하고 만들어가고자 하는 음악적인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런 방식의 가르침이 지금까지도 제 지휘 활동에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메켈레는 지휘자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묻자 "언제나 음악적으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제가 리허설에서 보여주는 모든 해석과 움직임에는 근거가 있어야 해요. 그리고 제가 원하는 지점을 확실하게 표현해 보여줘야 하고요. 사람(단원)들에게 진실한 모습을 보이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해요."
메켈레는 오슬로 필하모닉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도 보였다.
그는 "오슬로 필하모닉은 강한(Strong) 오케스트라다. 현악 파트나 관악 파트, 악기에 상관없이 모두 깊고 강한 소리를 갖고 있다"며 "마리스 얀손스가 20년 넘게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쌓아온 디테일한 접근 방식도 아직 오케스트라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슬로 필하모닉만의 풍부하고 깊은 사운드가 있다"며 "연주를 보시면 아마 바로 느끼실 수 있다"고 자신했다.
메켈레는 이번 내한 공연 프로그램을 시벨리우스의 곡만으로 채웠다. 30일 서울 공연에서는 시벨리우스의 '투오넬라의 백조', 바이올린 협주곡, 교향곡 5번을 연주하고, 이에 앞서 28일 경기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리는 공연에서는 바이올린 협주곡과 교향곡 2번을 들려준다. 바이올린 협연은 네덜란드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재니 얀센이 맡았다.
메켈레와 오슬로 필하모닉에 시벨리우스는 특별하다. 팬데믹 기간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을 녹음했고, 교향곡 프로그램으로 투어도 다녔다.
메켈레는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오슬로 필하모닉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음악"이라며 "100여년 전 시벨리우스 본인이 직접 오슬로 필하모닉을 여러 차례 지휘했기 때문에 그 전통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오케스트라)은 시벨리우스를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이미 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투어를 위해 선택한 교향곡 2번과 5번은 시벨리우스가 가진 각각의 다른 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로맨틱한 모습과 어두운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을 녹음했을 때뿐만 아니라 매일, 매번 (작품에서) 새로운 점을 발견해요. 지난 12일에도 교향곡 5번을 연주했는데, 리허설 때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이런 게 음악가라는 직업에 있어 가장 재밌고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요."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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