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로 ‘발사체’ 만든다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3. 10. 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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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startup
지구상에서 세 번째로 단단한
‘실리콘카바이드’를 3D프린터로 제작
반도체, 발사체, 원자력 분야 활용
조신후 매이드 대표
“지구상에서 세 번째로 단단한 물질을 3D프린터로 만들고 있습니다. 반도체, 우주, 원자력 분야에서 누구도 제공하지 못했던 부품을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현대자동차에서 분사한 스타트업 매이드는 ‘실리콘 카바이드’ 분말을 3D프린터에 넣어 다양한 형상을 만드는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다. 조신후 매이드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 7월 분사 후 국내 투자사로부터 프리A 투자를 마무리 지었다”라며 “올해 하반기 생산 공장을 만들고 내년까지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 실리콘 카바이드 기반의 부품을 만들어 여러 산업에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리콘 카바이드 분말 사용한 3D프린터 개발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물질은 다이아몬드, 두 번째는 보론 카바이드, 세 번째는 실리콘 카바이드다. 이 중 실리콘 카바이드는 실리콘 기반의 물질로 반도체 산업뿐 아니라 우주 발사체, 원자력발전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높은 온도에서도 변형이 거의 없고 단단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는데, 이는 생산 과정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실리콘 카바이드 부품을 만들려면 이보다 더 단단한 다이아몬드를 이용해 깎아야만 하는 만큼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또한 깎아야 하는 만큼 복잡한 형상을 만들기 어렵고 공정 과정에서 버려지는 소재도 많았다.

현대차 중앙연구소에서 미래 기술을 연구하던 조 대표는 실리콘 카바이드를 3D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뒤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3D프린터를 이용한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던 중 3D프린터로 실리콘 카바이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내 스타트업에 지원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오지원 박사, 현대차에서 함께 근무한 정영석 책임연구원과 함께 실리콘 카바이드 분말을 이용한 3D 프린터를 만들고 지난 7월 분사했다.

분사하자마자 현대차, 슈미트, DSC 등으로부터 프리A 투자를 마무리 지었다. 투자금을 기반으로 다음 달 서울 뚝섬 인근에 170평 규모의 생산 공장 건설도 시작된다. 올해 말 생산 공장이 완공되면 3D프린터로 실리콘 카바이드 기반의 다양한 부품을 만들 수 있다. 조 대표는 “현재 국내 출연연구소를 비롯해 여러 대기업과 샘플 테스트가 예정돼 있다”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를 실제 산업에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신후 매이드 대표가 실리콘카바이드 분말을 넣을 수 있는 3D 프린터를 설명하고 있다.
반도체, 우주, 원자력 분야 활용 가능
조 대표가 바라보는 곳은 반도체와 우주, 원자력 등 크게 세 분야다. 반도체 분야에서 실리콘 카바이드는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실리콘 웨이퍼 대신에 실리콘 카바이드를 기반으로 반도체를 만들면 고온, 고전압 환경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전력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를 만들 때 웨이퍼를 고정해주는 ‘반도체 링’이나 ‘보트류’ 등은 오래 쓸 수 있도록 실리콘 카바이드로 만드는 데 3D프린터를 이용해 생산 비용과 공정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우주 분야에서는 발사체(로켓) 부품에 적용할 수 있다. 로켓이 발사될 때 발생하는 화염의 온도는 약 1400도. 화염을 아래로 집중시켜 주는 커다란 ‘노즐 확장부’는 현재 대부분 금속으로 만든다. 다만 1400도의 온도를 견디기 쉽지 않은 만큼 노즐 확장부에는 높아진 온도를 떨어트리는 냉각 시설이 장착돼 있다. 조 대표는 “로켓은 1kg의 무게라도 줄여야 경제성이 높아지는 만큼 이를 실리콘 카바이드로 제작하면 냉각 시설을 제거할 수 있다”라며 “이미 스페이스X와 같은 여러 선진 로켓은 실리콘 카바이드로 노즐 확장부를 제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3D 프린터로 이를 만들게 되면 로켓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노즐 확장부를 실리콘 카바이드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원자력 분야에서도 실리콘 카바이드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 핵연료가 필요한 용기 등은 이미 실리콘 카바이드로 만들고 있는데, 제작 방식을 3D프린터로 전환하면 그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조 대표는 “해외에도 3D프린터를 이용해 실리콘 카바이드 부품을 제작하는 기업이 있지만 다른 금속을 이용한 3D프린터를 개조해 사용한다”라며 “우리는 실리콘 카바이드의 특성을 고려한 전용 3D프린터를 개발해 제조하고 있는 만큼 품질 면에서 타제품보다 월등한 성질을 확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분야에서 부품을 납품하면서 현금 흐름을 만들어 낸 뒤 이를 기반으로 향후 3D프린터를 이용한 로켓, 위성을 제작하는 우주, 통신 기업으로 거듭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조 대표가 기업 이름을 ‘MADDE’라고 지은 이유는 ‘만들다’라는 의미의 ‘MADE’에 무언가를 ‘더하다’라는 의미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또한 알파벳 M과 E는 ‘시그마’를 연상시키는데 역시 의미가 담겨 있다. 조 대표는 “시그마는 차례로 더함을 의미하는데 이는 마치 실리콘 카바이드 분말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형상을 만드는 3D 프린터의 모습을 보여준다”라며 “3D프린팅 분야에서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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